최근 테크나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딜 거래가가 장부가 대비 10배가 넘게 고가에 거래되는 사례도 많아 과연 적정한 가격에 이뤄지는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어떤 이들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이 생각난다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회사에 현재 정도의 가격 프리미엄은 비싼 게 아니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내가 투자하려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적정한지, 또 내가 투자한 회사가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성장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회계상으로 기록되는 유형자산의 장부가액 평가가 핵심이 아니다. 장부에 잡히지 않는 연구개발(R&D) 역량과 경쟁우위, 인력, 지적 자산, 경영진 등의 무형자산이 가치 평가의 핵심이다. 이런 무형자산이 장부에 잡히지 않는 것은 100년 넘게 이어온 회계적 보수주의에 기인한 것이다. 회계는 가장 보수적으로 역사적 원가로만 기업의 흔적을 기록한다. 현실과 괴리된 회계적 보수주의에 대한 논의가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쉽게도 1990년대 엔론 사태를 계기로 무형자산 및 부외부채에 대한 회계 인식은 보수적인 쪽으로 크게 강화됐다. 2000년 초반, 당시 혁신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장부가 대비 10배가 넘었다. 그때 회계적 보수주의가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테크 회사의 옥석을 가리는 밸류에이션에 대해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 전에 닷컴버블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그 논의는 중단되고 말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발 이후 다시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주식들의 높은 시가총액과 기술혁신이 이런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현재 FAANG 회사들의 경영진은 자신들의 회사 가치가 회계적으로 측정 불가한 지식재산권(IP) 등의 무형자산에서 나오고 있음을 주주 서한이나 시장을 통해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자산 경량화 기업들도 살펴보면 경쟁사 대비 적은 회계상의 영업 자산을 가지고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하는 기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기업들에는 회계상 자산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경쟁 우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 경쟁 우위하에 IP 같은 무형자산이나 R&D를 근간으로 더 효율적으로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고, 이런 부외자산의 가치를 주식시장에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자산 경량화 기업들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것이다.
보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회계기준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들의 상황을 반영한 회계기준으로 변경되려면 아직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부외자산으로 기록되는 무형자산들을 어떻게 평가해 회사의 적정 가치 판단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또 성장 기업의 경우 적정한 회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무형자산의 가치와 경쟁 우위의 근거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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