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계 싱크탱크로 꼽히는 헤리티지 재단의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증세 정책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업규제 3법과 친노조 정책이 맞물리면 국가의 장기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퓰너 회장은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조세 부담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퓰너 회장은 “특히 수년간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오르면서 조세 부담률이 1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것은 우려스럽다”며 “대기업에 대한 조세 의존도가 높은 불균형적 과세 체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악화됐고 이러한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국가의 장기적 경쟁력에 이롭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을 향한 ‘핀셋 증세’에 대해서도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최고 개인 소득세율은 42%에서 내년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약 35%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될 예정”이라며 이번 세율 인상은 한국 경제의 가장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집단에 더 큰 세금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퓰너 회장은 이러한 증세 정책에 대해 “자유롭고 활력 있는 한국 경제를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잘못된 방향으로의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한 기업규제 3법에 대해 퓰너 회장은 직설적으로 “공정경제법? 누구에게 공정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해당 법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또 하나의 규제라고 진단했다. 기업규제 3법은 공정거래법, 상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묶어 부르는 말로 정부와 여당은 공정경제 3법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 법안들을 공정경제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결국 행동주의 펀드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앉히려는 공격적인 시도를 할 때 기업의 방어 능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공정성’과 ‘기업 감독 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이 개정안은 한국의 민간 부문과 기업의 근간에 득보다 실을 더 많이 안겨줄 것이며 정부 주도의 법적 절차를 통해 기업을 규제하는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울러 퓰너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친노동조합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뚜렷이 했다. 특히 그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과 상장 기업 사외이사 가운데 한 명을 노동자 대표가 추천하도록 하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본래 의도한 정책 효과를 얻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오히려 노조는 더욱 정치화될 것”이라며 “자유는 다른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에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을 특혜를 입은 대상이자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현 정부의 시각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퓰너 회장은 “자율 주행 전기차나 혁신 의약품 등 벤처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개발하거나 상용화할 수 없는 혁신 사업 영역에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싸워야 할 포식자로서만 대기업을 대한다면 혁신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리티지 재단이 해마다 발표하는 경제 자유도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 부담 자유도는 2018년 73.3점에서 2020년 63.9점으로 급락했다. 기업 자유도가 2013~2014년 92.8점에서 93.6점 사이로 높은 편이었지만 2020년 90.5점으로 퇴보한 것에 대해서 퓰너 회장은 “수년간 규제 개혁을 진전시킨 나라가 많아졌는데 한국은 유감스럽게도 개혁 레이스에서 뒤져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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