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은 과거 체결된 다자 무역협정과 달리 정부 지배 공기업과 지식재산권, 중소기업, 규제 일관성 등 4개 분야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기틀을 마련한 만큼 미국에 유리한 구도로 짰기 때문이다. 주로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겨냥한 규정들이지만 한국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공기업 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CPTPP는 참여국이 지분 50% 이상을 직접 소유하거나 지분을 통해 50% 이상 의결권을 행사하는 공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지 않도록 규정한다. 주로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던 공기업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를 의식한 것으로, 특히 글로벌 진출 폭이 넓은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견제 의도를 담고 있다. 공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이 공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무역구조를 왜곡하는 ‘보조금’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출을 비롯해 에너지, 공적개발원조(ODA)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한국 공기업도 해당 규정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CPTPP 지식재산권 규정의 경우 여타 협정보다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중국 견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CPTPP에 재가입을 하더라도 규정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도 이에 따른 영향을 우선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각국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CPTPP 협정에 해당 규정 적용을 유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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