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 이슈였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이 현행대로 유지되고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과 지분 보유도 허용된다.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중대 담합과 관련한 전속 고발권이 유지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고 과징금을 2배로 늘렸다.
핵심 쟁점이었던 전속 고발권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는 지난 8일 전속 고발권 폐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이후 열린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전속 고발권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수정안을 처리했다. 이 같은 수정은 재계의 반발보다는 정치적인 이유에서지만 일단 재계는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재계에서는 전속 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경쟁 사업자, 시민 단체, 하도급 업체 등이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묻지 마 고소’에 나설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기업 대비 각종 소송에 대한 대응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대기업 지주사도 CVC를 설립해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다만 CVC가 대기업의 사금고처럼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지주회사가 보유한 CVC의 차입 한도를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했다. 펀드 조성 시 총수 일가나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는 받을 수 없게 했으며 총수 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 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게 했다. 관련 조항을 어겼을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이번에 새로 마련했다.
전속 고발권 폐지 방안 수정과 지주사의 CVC 설립 허용 외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모두 정부안대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지주사가 자회사나 손자 회사를 신규 편입하려 할 경우 보유해야 할 최소 지분율이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각각 상향된다. 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기업은 향후 지분 확보 부담이 늘게 됐다.
또 담합 등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2배 높여 기업 ‘갑질’을 보다 강하게 규제한다. 담합 과징금은 매출의 10%에서 20%로, 시장 지배력 남용 시 과징금은 3%에서 6%로, 불공정 거래 행위 시 과징금은 2%에서 4%로 각각 상향된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내년 초에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법안의 입법이 강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집단소송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포함된 상법 일부 개정안이 이르면 내년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현재 법제처 심사 과정인 법안은 1주일 간격으로 ‘차관회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뒤 국회에 상정될 계획이다. 내년 3월 열리는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잇단 ‘기업 규제의 덫’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여건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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