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일(현지 시간) 취임 후 100일 이내에 미국인 1억 명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보건 분야 인선 소개 행사를 열고 “취임 후 100일간 코로나19를 끝낼 수는 없지만 향방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코로나19 대응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최소 1억 명의 미국인이 취임 100일 이내에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인구(3억 3,000만 명)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바이든 당선인은 백신 접종에 대해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대규모 백신 접종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 각지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회가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코로나19 추가 부양책과 관련해 몇 달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후 100일간 연방 당국 소속의 건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조치에 나서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의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100일 동안은 마스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또 취임 후 100일간 가급적 많은 학교가 문을 열어 어린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행사에서 하비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와 로셸 월런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지명자 등 보건복지 분야 인선을 소개했다.
이날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가 긴급 승인 지침에 부합한다면서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10일 해당 백신의 긴급 사용 허가 여부를 논의하는 ‘백신·생물 의약품 자문위(VRBPAC)’ 회의에서 허가 권고안이 확정돼 곧바로 FDA가 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AFP통신은 “미 당국이 백신 허가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FDA가 백신을 공식 승인하면 초기 물량은 수 시간 내에 배포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정부는 첫 주에만 640만 명분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백신 최고 회의’를 열고 미국인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만약 미국인이 국내 생산 백신을 최우선순위로 접종하는 것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면 국방 물자 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DPA)을 발동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의 대량 접종을 시작한 영국 정부는 앞으로 최소 1년간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것이라면서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접종 시작 이후 사회적으로 크게 고무된 분위기로 인해 방역 주의가 느슨해질 것을 우려해서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최고 과학 자문관인 패트릭 밸런스 경은 백신이 전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접종되더라도 당분간 마스크 착용 등 바이러스 통제 조치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부유한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싹쓸이한 탓에 저소득 국가 국민 90%는 내년까지 백신을 맞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BBC방송에 따르면 옥스팜 등 국제단체들이 공평한 백신 분배를 위해 구성한 연합체 ‘피플스 백신’은 9일(현지 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나이지리아·에티오피아·미얀마 등 저소득 67개국 국민 10명 중 1명만이 내년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영국·스위스·일본 등 12개 국가·지역은 8개 제약사 백신 53%를 선구매했다. 이들의 인구는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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