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면서 캠핑이나 골프, 낚시 등 취미활동에 입문할 때 중고 장비로 시작하는 경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발표한 ‘2020년 중고거래 취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중고 거래 건수는 1,10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거래액은 19% 증가한 1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누적 거래액은 1조 3,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눈에 띄는 것은 캠핑이나 골프, 낚시, 보드게임·블럭, 헬스·요가 등의 취미용품 거래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캠핑 용품 거래 건 수는 전년 대비 85% 증가했고, 중고 골프와 낚시용품은 각각 45%, 39% 늘었다. 처음 취미활동에 나설 때 과거같으면 새 용품을 사서 입문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악화된 경제사정 때문에 중고용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장 많이 거래된 아이템은 스마트폰이었고, 스니커즈와 ‘아이돌 굿즈(상품)’ 등이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 거래 건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51만 건, 거래액은 21% 증가한 1,504억 원이었다. 캐주얼화·런닝화·운동화 카테고리의 거래 건 수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50만 건에 달했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720억 원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아이돌 스타들의 굿즈(상품) 거래도 32%나 증가해 62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BTS 관련 굿즈 거래가 증가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중고거래가 매년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리셀(되팔기)’가 젊은 층에 일종의 놀이문화로 정착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들이 거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투자에 나서면서 과거와 같은 불신이 크게 줄어든 것도 시장확대에 긍정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최재화 번개장터 최고마케팅 책임자(CMO)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함께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리셀 문화 확산이 중고거래 시장을 키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롤렉스 시계 등 고가 명품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번개장터를 통해 ‘롤렉스 데이저스트’가 740만 원에 거래됐다. 이와 함께 아이더블유씨(IWC), 모리스 라크로와(마스터피스 라인)과 같은 프리미엄 시계나 ‘디올 레이디백’ 등 수백만 원 대의 중고가 명품 아이템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항공권이나 공연티켓 등의 거래는 급감했다. 티켓·항공권 거래 건 수는 5만 1,000 건으로 전년 동기(9만 6,000 건) 대비 46% 줄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영아나 아동 의류 거래 건 수도 28% 감소했다. 수영 용품은 35% 줄었다.
한편 번개장터 이용자 중 실구매 이용자는 280만 명으로 연간 평균 거래액은 40만 원으로 나타났다. 연령 별로는 25세 이하가 40%, 25~34세 28%, 35~44세 18%를 각각 차지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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