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미국 연방 정부와 46개 주 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페이스북마저 피소되면서 거대 정보기술(IT) 업체를 겨냥한 미국 당국의 반독점 규제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페이스북 외에도 애플 등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진행 중이고, 미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IT 업체들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새롭게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IT 기업에 대한 압박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초당파적 46개 주는 이날 워싱턴DC 연방 법원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페이스북이 경쟁자가 될 잠재력이 있는 IT 기업을 인수하는 약탈적 관행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언 코너 FTC 경쟁국장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공고히 하려는 페이스북의 행동은 소비자들이 경쟁을 통한 이익을 얻는 것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46개 주 정부와 워싱턴DC·괌이 참여한 소송을 대표하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도 “10년 가까이 페이스북은 작은 경쟁자를 짓밟고 경쟁을 끝장내는 데 지배력과 독점력을 써왔다. 이는 모두 일상적 이용자들을 희생시킨 결과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15년간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 등 70개 사를 인수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등이 분리될 가능성도 있다. WSJ는 이번 소송이 최근 기억나는 소송 중 가장 야심 찬 것이자 지배적인 온라인 플랫폼 권력에 대한 미국 내 우려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2012년과 2014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 때 FTC가 각각 승인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소송이 자신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부사장 제니퍼 뉴스테드는 “정부가 이제 ‘한 번 더 하기’를 원한다”며 “미국 기업들에 어떤 거래도 결코 최종적일 수 없다는 싸늘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IT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법무부가 지난해 7월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 IT 대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들어가면서 본격화했다. 1년여의 조사 끝에 법무부는 최근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애플 같은 제조사와 짬짜미해 스마트폰에 자사 앱을 선탑재하거나 검색 시 구글을 우선 이용하도록 설정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추가 반독점 소송 가능성도 시사했다. 제프 로젠 미 법무부 차관은 “구글 소송은 획기적인 사건”이라면서도 “이것이 중단점(stopping point)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IT 공룡’의 독점 이슈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지난해 10월 아마존과 애플·페이스북 등 독과점을 형성한 IT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에 진보 성향인 실리콘밸리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웬앤코의 기술 및 통신 산업 애널리스트인 폴 갤런트는 CNN에 “하원에서 아마존과 애플·페이스북·구글의 시장 지배력 및 남용 의혹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만큼 바이든 정부하에서 반독점 관료들이 4대 기술 기업 모두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은 소송과 규제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