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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출산, 죽음까지 도와드립니다...본능을 뒤흔드는 기술의 미래[책꽂이]

■AI시대, 본능의 미래

제니 클리먼 지음, 반니 펴냄





28세의 중국 남성이 ‘섹스돌’과 결혼해 세계적 화제가 된 게 5년 전 일이다. 남성은 당시 말기 암환자였고, 결혼 후 아내가 홀로 남겨질 것을 염려해 ‘인간이 아닌’ 섹스돌을 택했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출신 보디빌더가 ‘리얼돌’과 결혼식을 올리는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려 시선을 끌었다. 2년 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는 그의 일화가 한동안 입길에 오르내렸다.

인간이 만든 존재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게 결코 황당한 얘기 만은 아니다. 인권 취재 저널리스트에게 주는 엠네스티 가비 라도상 후보에도 올랐던 저자의 신간 ‘AI시대, 본능의 미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섹스와 고기, 탄생과 죽음”의 본능에 관한 문제를 생명과학 기술이 어떻게 대체할지에 대한 미래상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섹스로봇’ 하모니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당신에게 좋은 반려자가 되는 것, 당신에게 즐거움과 안락함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섹스 로봇이 반려자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인간 대체재라는 긍정적 입장이 있는 반면, 이것이 소아 성애자의 충동을 부추기거나, 남성들이 권력과 지위를 잃어가는 시기에 등장해 도덕적 타락을 충족시킬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날카롭게 존재한다. 책은 “섹스 로봇이 완벽한 반려자가 될지, 아니면 섹스 로봇에 익숙해져 공감능력이 사라진 인간을 양산할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뿐 아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연구실에서는 자궁 대신 비닐 팩에서 태아를 키워내는 인공 자궁 개발이 진행 중이다. 난임 부부에게 획기적인 도움이 될 듯하지만 “임신이 여성의 몸 안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임신은) 더 이상 여성의 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성의 의미 변화를 예고할 수 있다.

고통 없는 죽음을 택하려는 ‘자살 기계’도 등장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죽음을 도와주는 기계와 소프트웨어를 연구 중이다. 고기를 얻고자 가축을 죽이는 대신 세포를 떼어 내 ‘배양육’을 만드는 것도 기술이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저자는 도축의 죄책감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일 뿐이라며 회의적으로 본다.

최대한 중립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저자는 책의 말미에 처칠의 에세이 ‘50년 후’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했다. “지난 세대가 꿈도 꾸지 못했던 계획이 우리의 자손을 집어삼킬 것이다. 무시무시하고 파괴적인 힘이 그들의 손안에 들어갈 것이다. 안락함, 활기, 쾌적함, 즐거움이 밀어닥치겠지만 물질적인 것을 넘어서는 통찰력이 없다면, 그들의 가슴은 아프고, 삶은 황폐할 것이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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