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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화에 ‘홀인원’ 새기자 韓·美서 연속 홀인원

2년 차 성유진 7월 준우승 뒤 신발에 각오 새겨, 1,000만 원 기부도

국내 시즌 최종전 이어 최고 메이저 US 女오픈서 짜릿한 손 맛

연속 대회 홀인원 진기록…“다음엔 ‘챔피언’ 새길래요”

KLPGA 최장타자 김아림 3언더로 1타 차 공동 2위…상금 선두 박인비 이븐파 무난한 출발

성유진의 골프화. 오른발 뒷굽 부분에 ‘Hole In One’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제공=KLPGA




성유진. /사진제공=KLPGA


11일(한국 시간) 제75회 US 여자오픈 1라운드의 4번 홀(파3·169야드)에서 홀인원을 터뜨린 성유진(20)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동반자들에게 뭔가를 보여줬다. 오른발을 들어 골프화 뒷굽 쪽을 가리키며 여기 좀 보라는 듯 “히어, 히어(here, here)”라고 말했다. TV 중계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신발에 새긴 ‘Hole In One(홀인원)’ 문구를 가리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주문대로 진짜 홀인원을 작성한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 성유진은 세계 랭킹 154위로 대기 순번에 있다가 행운의 출전권을 얻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개최 시기를 6월에서 12월로 옮긴 올해 US 여자오픈은 지역 예선도 치르지 못하면서 참가 자격을 예년보다 완화했다.

여자 골프 최고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 데뷔전에서 성유진은 이 대회 역대 29번째 홀인원 기록을 썼다. 티 샷이 앞쪽 그린에 떨어진 뒤 정확히 홀 방향으로 굴러 없어지자 그는 펄쩍펄쩍 뛰며 동반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혹시 자동차 부상은 없느냐고 진행 요원들에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홀에서 공을 꺼낼 때까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등 유독 흥분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골프화에 ‘홀인원’을 새긴 뒤 실제로 홀인원이 터진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유진은 지난달 14일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해 2,2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받았다. 이날 US 여자오픈 1라운드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2개 대회 연속 홀인원의 마법을 부린 것이다.



골프화 후원 업체에 따르면 성유진은 지난 7월 이 업체에 홀인원 문구가 들어간 커스텀 모델을 요청했다. 한 대회에서 데뷔 후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둔 직후였다. 상금의 일부인 1,000만 원을 자신이 어릴 적 도움받았던 재단에 꿈나무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한편 특별한 골프화로 각오를 다진 성유진은 상금 순위 32위로 무난하게 내년 시즌 시드를 확보한 데 이어 한 달 새 2개의 홀인원을 작성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아직 우승이 없는 성유진은 “다음에는 골프화에 ‘챔피언’을 새기고 나가야겠다”고 했다.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파71)에서 경기한 그는 5오버파 공동 108위에 머물렀다. 컷 통과를 위해서는 2라운드에 몰아치기가 필요하다.

박인비의 드라이버 샷. /휴스턴=AP연합뉴스


단독 선두는 역시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에서 경기한 에이미 올슨(미국)이다. 16번 홀(파3) 홀인원 등으로 4언더파 67타를 적었다. US 여자오픈에서 하루에 홀인원 2개가 나온 것은 37년 만이다. 지난 2월 박인비가 LPGA 투어 통산 20승째를 거둘 때 3타 차 2위를 했던 선수가 바로 올슨이다. 데뷔 7년 차에 첫 우승을 두드린다.

상금 1위 박인비는 잭 래빗 코스(파71)에서 버디와 보기 5개씩으로 이븐파 공동 24위에 올랐다. 선두와 4타 차의 무난한 출발이다. 대회장인 미국 휴스턴의 낮이 짧아진 탓에 이번 대회는 US 여자오픈 사상 최초로 2개 코스에서 나뉘어 열린다. 이틀을 챔피언스 골프 클럽 내 다른 코스에서 각각 친 뒤 3·4라운드는 사이프러스 크리크에서만 경기한다.

드라이버 샷 평균 259야드의 KLPGA 투어 최장타자 김아림이 잭 래빗 코스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를 쳐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시부노 히나코(일본)와 2위 그룹을 이뤘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준우승자인 박성현과 최혜진은 1언더파 공동 12위에 올랐고,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 김세영은 1오버파 공동 37위다. 김세영은 11번 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한꺼번에 4타를 잃었지만 이후 착실하게 만회했다. 세계 1위 고진영과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은 2오버파로 출발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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