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여러 난제를 풀어내고 결국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매각 종착지 코앞까지 다다랐다. 가장 큰 난관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우발부채 문제만 해결하면 구조조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그룹에 어떤 주문을 했을지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는 상황. 결국 매각 성공을 위해선 두산그룹이 돈을 들여 DICC 지분 20%를 되사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重, '사전 해결' 요구했을지 관건... 두산도 소송 결론전 합의 명분 |
11일 현대중공업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으로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우발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중공업이 DICC 소송 우선 해결을 두산에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DICC 외부 투자자와 합의를 하는 게 가장 깔끔하게 불확실성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DICC 소송은 이번 대법원의 판단으로 끝맺음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코어와 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DICC 재무적 투자자(FI)가 다투고 있는 법적 분쟁은 ‘매매대금 지급’ 소송이다. 2011년 DICC에 3,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한 이들 외부 투자자는 두산그룹이 당초 약속했던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자 2014년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한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실사자료 제공을 거부하면서 결국 매각에 실패했고, 이를 문제 삼은 외부 투자자가 2015년 법원에 7,093억 원의 매매대금 중 일부인 100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018년엔 잔여 주식매매대금 7,051억 원에 대한 추가 소송도 했다. 매매대금 지급 여부에 국한해 다투는 것인 만큼 두산 측이 승리하더라도 외부 투자자가 손해배상 소송 등을 추가로 제기하면 법정 공방은 기약 없이 늘어지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두산이 승소하면 DICC 우발부채라는 폭탄을 계속 품에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도중에 외부 투자자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더 큰 문제다. 최악의 경우 ‘알짜’ 자회사인 DICC를 외부에 팔아야 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셈. 우선매수권이 있어 잔여지분을 되사올 수 있다지만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도 현대중공업의 요청이 명분이 될 수 있다. 당초 두산그룹은 인프라코어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이 우발부채를 투자회사에 남긴 뒤 두산중공업(034020)과 합병하는 방법으로 DICC 소송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문제는 배임 문제로 이사회에서 이를 의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두산그룹 측이 이 매각 성공을 위해 우발부채를 떠안는 방법은 외부 투자자와의 합의가 유일하다. 우선협상자의 요청이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소송 결과 기다릴 가능성도... 패소하면 두산 부담 더 커져 |
대법원의 상고심 결과는 이르면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르면 올해 말 결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법원이 통상 선고기일 2~3주 전에 이를 공표하는 것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올해 결론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결국 승소를 하더라도 패소를 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사실은 거래종결 이전에 DICC 지분을 되사와야 한다는 점이다. 인프라코어가 유상증자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3·4분기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인프라코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869억 원에 불과하다.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향후 2주 가량의 추가 협상을 거쳐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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