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 혜택 폐지, 보유세 부담 증가 등 다주택자를 옥죈 규제 효과가 올 연말부터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매물이 쌓이지 않고 그나마 나오는 물량마저 실수요자들이 속속 소화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앱 ‘아실’에 따르면 전국 시도 가운데 3개월 전과 비교해 아파트 매물이 늘어난 곳은 세종시와 서울 단 두 곳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지역은 오히려 매물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의 경우 9월 2,425건에서 12월 3,168건으로 743가구(30.6%)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4만 3,235건에서 4만 3,698건으로 단 463건 증가했다.
정부는 올 들어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을 투기성 주택으로 보고 이를 시장에 공급으로 유도하기 위해 임대주택 혜택을 폐지했다. 국토교통부가 앞서 공개한 임대주택 자동말소 현황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전국에서 46만 7,885개의 임대주택이 말소된다. 이중 서울에서는 14만 2,244가구다. 정부는 이 중 일부가 시장에 매물로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여기에다 세법개정을 통해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을 보유했을 땐 종합부동산세율을 0.6~2.8%포인트로 올리고 주택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양도소득세율도 40%에서 70%로 인상하면서 매도를 압박했다. 양도세 중과는 내년 6월부터 적용하기로 유예했다. 이에 일각에서 내년 6월 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 매물이 연말부터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을 실수요자들이 사간 것으로 분석한다. 전세난에 실수요들이 구매에 나서면서 다주택자 매물 증가 효과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거래량이 최근 들어 반등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서 매물을 소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실에 따르면 강남 3구, 성북구 등 10개 자치구에서 매물이 소폭 증가했지만 실수요자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운 강서구와 서대문구, 노원구 등 나머지 15개 구에서는 매물이 줄었다.
다주택자들의 매도 유인도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다주택자들이 계속 보유하면서 시세 상승을 노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도 지속할 수 있어 다주택자 물량이 나오더라도 실수요자들이 흡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변수가 될 수 있는데, 그전까지 실수요자의 ‘패닉 바잉’이 오히려 강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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