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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현대오토에버가 'Key'?…윤곽드러나는 현대車 지배구조 개편

엠엔소프트·오트론 사업부 합병 이어

추가 계열사 사업부 인수 추진

데이터 댐 사업 수혜 등 덩치 계속 키울 전망

지주사 현물 출자 방식 핵심카드 될듯





현대자동차그룹이 3년 만에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을 다시 쐈다. 2018년 주주들의 반대로 중단됐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대주주 지분이 많은 현대오토에버(307950)를 활용해 주주 이익과 미래차 역량, 순환출자 해소, 대주주 지배력 강화라는 고차 방정식 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일부 사업부 합병을 미래차 사업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에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9.6%를 보유한 4대 주주다. 오토에버의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 회장에게 유리하다. 오토에버의 매출은 1조5,700억 원에서 이번 합병 이후 2조 원에 육박(1조9.400억원)하게 된다. 합병 주총은 내년 2월 25일, 합병기일은 4월 1일이다.

오토에버는 이번 합병으로 현대차그룹 내에서 사실상 미래차의 ‘두뇌 영역’을 총괄하게 됐다. 오토에버의 차량 정보기술(IT) 서비스 및 디지털 플랫폼, 엠엔소프트의 내비게이션 솔루션·자율주행용 정밀 지도 사업, 오트론의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고성능 소프트웨어 플랫폼 통신제어 소프트웨어 등 차량용 종합 소프트웨어업체로 격상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오토에버의 존재감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 중 연관성 있는 사업부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모비스(012330) 내 자동차시스템솔루션 사업부다. 미래 자동차 기술인 자율주행 기술과 전동화, IVI(In Vehicle Infotainment) 솔루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토에버는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는 최근 현대차그룹 내에서 각종 사업의 수혜를 볼 예정이다.

우선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인 ‘데이터 댐’ 사업 수혜가 예상된다. 데이터를 물을 모아 필요할 때 방류하는 댐처럼 공공과 민간 데이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여 모아두는 것을 말한다. 오토에버는 빅데이터를 수집·저장·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허브 플랫폼을 개발해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빅데이터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외부 데이터를 축적·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저장소 역할을 한다. 2022년 현대차그룹은 모든 차량에 OTA(over the air·무선업데이트)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차량용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등은 모두 오토에버가 계열사에 공급한다. 2025년까지 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을 168만대 공급할 예정인데 이 차량도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내비게이션 맵 등이 필요하다. 미국 테슬라처럼 OTA를 구독 시스템으로 월 5만 원만 받는다고 해도 매달 840억원, 연 1조원의 매출이 일어난다. 현대차증권은 “오토에버가 전사지원관리(ERP)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이 각각 진행하던 IT 시스템을 통합 관리할 수 있고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축 시 스마트빌딩 관리, 그룹 내 스마트 팩토리 조성 등 다양한 먹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련의 과정은 미래차 시대에 대한 대비가 명분이다. 폭스바겐이 2019년 카소프트웨어 조직을 신설해 2025년까지 연구개발 인력을 1만명으로 늘리고 70억 유로를 투자해 자체 운영체제(VW.OS)·클라우드·전기전자 아키텍처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에 더해 대주주의 지분가치를 크게 키우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2차 지배구조 개편안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①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 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②기아차(000270)현대제철(004020)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주사 지분을 대주주가 인수한뒤 ③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대주주 지분이 많은 오토에버의 가치를 키우면 나중에 대주주는 더 많은 지주사 지분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주주가 사재를 넣은 것도 관련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 표현일 뿐 아니라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다. 대주주가 23%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수소차와 전기차 배터리 유통사업에 나서고 수소 유통 공급망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내년 말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최근 공정경쟁 3법 통과로 일감 몰아주기 및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이 본격화한다. 또 2022년부터는 세법 개정으로 대주주가 지주사에 계열사 지분을 현물 출자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주던 것이 사라진다.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다시 추진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오토에버는 7월 이후 9개월 만에 주가가 3배 이상 상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의 성장이 두 번째 지배구조 개편안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김기정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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