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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내년 증시, 변동성 커질 가능성 높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2020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아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해 인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해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와 자산 시장에서도 2020년은 기억할 만한 한 해다. 주요국의 성장률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고공 행진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제가 좋고 소득이 늘어야 자산 가격도 오른다는 통념이 깨진 셈이다.

특히 증시 활황은 한 해 내내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경제학을 기반으로 많은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이보다 조금은 더 오를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주가 상승은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고 계속 의견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오는 2021년에도 주가는 올해처럼 빠른 속도의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내년 중반까지는 현재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위험이 점차적으로 커지고 증시의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추가로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낮은 금리로 갈 곳을 잃은 돈들이 여전히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선진국의 백신 개발과 접종이 시작됐고 코로나19 위험성의 축소 기대는 자금의 증시 유입을 부추길 것이다. 둘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가 다시 충격을 받거나 기대만큼의 회복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도 증시는 일시적인 영향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시장에는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 등과 달리 정부가 정책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했다. 특히 각국의 정부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부채의 실질 가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양의 유동성을 공급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의 화폐 대비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셋째,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우리 기업의 위치가 국내 증시의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 수출은 최근까지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경기회복기에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투자 증가가 우리 기업의 중간재 수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원화도 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중국 기업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 역시 우리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만 내년에는 넘어야 할 큰 고비도 많다. 백신의 개발과 경제 정상화 과정이 정책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거의 정책이 주도하는 자산 가격 상승 국면에서 이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가격이 오를수록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줄어든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10여 년간 데이터로 보면 현재 우리 시장은 기업 이익이나 자산 가치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정권 교체 이후 미국의 대내외 정책 기조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각종 위험도 가늠하기 어렵다. 증시 상승을 이어가게 할 요인이 많지만 2021년은 변동성도 심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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