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의 홍해 항구도시인 제다(Jeddah) 부근에서 14일(현지시간) 유조선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선주사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유조선 사고가 연이으면서 유가에 미칠 영향을 두고 국제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고 선박명은 싱가포르 해운사인 BW그룹 소속 ‘BW라인’이며, 폭발 후 22명의 승선원 모두 부상을 입지 않고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조선이 원유를 하역하던 중 폭발이 일어났다. 앞서 지난달에도 예멘 후티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기뢰 공격으로 사우디 해상에서 유조선 폭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또 이달 초 예멘의 동쪽 항구도시 인근 해역에서도 화물선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발생한 바 있다.
2015년 예멘에서 내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한 뒤 이란 정부가 지원하는 후티 반군은 사우디 정부가 이끄는 아랍동맹군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와 교전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영국 해군이 운영하는 해사무역기구(UKMTO)는 사고 발생한 인근 해역의 선박들에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원인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해상 안전위험 관리회사인 드라이어드 글로벌은 만일 이번 공격이 후티 반군의 소행이라면 “공격 능력과 범위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해는 유조선과 화물선이 지나는 주요 항로로 이곳에서 기뢰는 사우디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큰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의 예멘 내전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앞서 1984년에 19척의 선박이 홍해상에서 기뢰와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사우디 해상에서 유조선 폭발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유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국제 원자재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대 속에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지난 10일 배럴당 50달러 선을 돌파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3월 초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세계 각국에서 속속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내년 수요 회복 가능성을 높인 것이 유가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원유 전문 트레이더인 레베카 베빈은 “백신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원유에 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산유국들이 코로나19 재확산을 고려해 내년 증산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줄이기로 한 것도 유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내년 1월부터 산유량을 현재 수준보다 하루 50만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당초 하루 20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를 고려해 증산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OPEC+는 내년 1월부터 감산 규모를 기존의 하루 770만 배럴에서 720만 배럴로 줄일 예정이다. 하루 720만 배럴은 글로벌 수요의 7%에 해당한다.
당초 OPEC+는 지난 4월 감산 합의에 따라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들어갔으며 8월부터는 하루 770만 배럴로 감산량을 줄였다. 원래 내년 1월부터는 하루 200만 배럴을 증산해 감산량을 하루 580만 배럴로 더 줄일 방침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 하루 50만 배럴의 소규모 증산으로 선회했다. 이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 추세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하루 200만 배럴을 증산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더욱이 점진적인 증산을 원하는 러시아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가 현행 수준의 감산을 3개월 연장할 것을 주장하면서 대규모 증산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