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그룹이 복지몰 1위 업체 이지웰(090850)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기존 최대 주주에 주가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을 지급하는 과감한 베팅을 해 눈길을 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그룹의 식자재 유통 전문 계열사 현대그린푸드(005440)는 이날 이지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대상은 이지웰의 최대 주주인 김상용 의장 외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670만 주다. 거래 가격은 1,25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번 지분 거래로 현대그린푸드는 이지웰 지분율 28.26%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현대백화점 은 계약금의 10%인 125억 원을 이날 선지급하고 잔금은 오는 1월 25일 납입할 예정이다.
이지웰은 기업과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복지몰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로 올 상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1위 사업자다. 매출의 기반이 되는 복지 포인트가 증가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하면서 거래가 늘고 있다. 서브 프라임 사태 당시 큰 수익을 낸 투자자들을 다룬 영화 ‘빅쇼트(Big Short)’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마이클 버리가 대표로 있는 헤지펀드 사이언에셋매니지먼트가 올 초 지분 5% 이상을 취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이지웰의 지분 가치를 후하게 평가했다. 매각이 진행될 당시 이지웰의 시가총액이 2,500억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각 지분 가치는 약 750억 원 수준이었다. 이번 거래에서 현대백화점 그룹은 김 의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를 주당 1만 9,722원으로 평가했다. 최근 주가가 1만 원 초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 김 의장의 특수 관계자들은 주당 1만 5,777원에 지분을 거래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한 가전제품, 건강 기능식, 화장품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과감히 가격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지웰은 복지몰 거래 활성화를 위해 현대백화점 과 제휴해 패션·잡화·명품 카테고리를 운영해왔다.
현대HCN 매각으로 1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투자 매물을 적극 검토해왔다. 앞서 지난 8월 천연 화장품 원료 시장 1위 기업 SK바이오랜드를 1,200억 원에 사들인 데 이어 이지웰 인수까지 완료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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