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자리한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에는 3,700여 개 공구·철물 상점이 모여있다. 1987년 조성 당시부터 서부간선도로와 강남순환고속도로를 끼고 있어 15만㎡ 부지에 들어선 37개의 건물 사이사이로 짐을 싣고 나르는 트럭이 끊이질 않던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방문 고객의 발길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곳 180개 업체가 속한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의 이용희(사진) 이사장은 15일 서울경제와 만나 “손님과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뤄야 할 골목이 요즘처럼 황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조합은 5년 전 결성돼 신생 조합에 속하지만 조합원들이 경력 30년 이상 전문가들이라는 점이 강점”이라며 “이런 조합원의 탄탄한 경쟁력으로 조합을 키우려는 찰나 코로나19가 터졌다”고 답답해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으로 센터에 설치한 홍보관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두고두고 아쉽다. 이 이사장은 “조합을 통해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활성화할 요량이었는데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무산시켰다”면서 “상가 1층에만 1,600여 개 상점이 있는데 벌써 1,300개 정도만 남아 빈 곳은 창고로 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상공인이지만 제조·가공과 테스트 작업을 모두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업체별로 매출이 40~50% 이상 떨어졌다”며 “고가 장비를 다루다 보니 직원 규모는 소상공인임에도 매출이 기준(연 매출 4억원)을 넘겨 재난지원금을 충분히 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5년간 인근에서 신안산선 철도 공사도 예정돼 그나마 오던 손님도 발길을 돌릴까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자력갱생을 위해 온라인 채널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회원사들과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도 시작했다. 특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홍보 영상도 제작해 케이블 TV와 유튜브에 노출할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 특수 상황에 생업을 겸한 조합원들이 짧은 시간 각종 서류를 완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 이사장은 “행정 절차나 형식 맞추기보다 실질적인 판로 확대라는 취지를 이룰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손 놓고 지원금만 기다리지 않고 온라인 영상 홍보와 쇼핑몰 운영을 통해 고객에 다가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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