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더디고, 진출 산업 분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며 온갖 백화점식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런저런 규제에 막혀 분야가 극히 제한된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자료를 활용해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501개 사로, 미국(243개 사)과 중국(118개 사)이 전체 유니콘의 72%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중 11개 사로 6위에 올랐다. 또 유니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2018년 이후 3일마다 1개꼴로 유니콘이 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새롭게 유니콘에 등극한 기업도 92개에 달했다.
미국 기업이 58개 사로 63%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1개 사에 그쳤다. 유니콘 기업의 진출 분야를 보면 한국은 전자상거래 분야에 편중됐고, 기업가치도 크래프톤과 쿠팡을 제외한 9개 사가 산업 평균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평균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인공지능(AI)과 드론, 클라우드센터, 에듀테크 분야에선 한국 유니콘 기업이 전무했다.
증시 상장(IPO) 또는 인수합병(M&A) 등으로 투자액 회수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도 한국엔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와 40억달러의 인수계약을 체결한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에 제동을 건 것이 대표적 예다.
벤처업계에선 유니콘 기업이 증시에 상장될 경우 외부 개입에 대한 경영권 방어가 어렵고,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걸림돌로 꼽았다. 또 해외와 비교해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 M&A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도록 경영권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