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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문화의 정수, 고전으로 통찰하다

■책꽂이-중국 문화를 읽는 6가지 키워드

리어우판 지음, 흐름출판 펴냄





진나라를 멸망하게 한 장수 항우는 중국 문화를 관통하는 영웅이다. 사마천이 ‘사기’ 중 ‘항우본기’를 통해 기록한 항우의 위용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와 여러 면에서 겹친다. 중국어로는 ‘우월’, 그리스어로는 ‘이레테(Arete)’라 부르는 용맹을 갖췄고 이를 통해 명예를 추구한 개성 있는 두 인물은 공교롭게도 비극적 최후를 맞아 인간이 하늘의 뜻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새삼 일깨웠다.

루쉰 연구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리어우판 교수는 중국 태생으로 프리스턴대와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한 세계적 석학이다. ‘중국 문화를 읽는 6가지 키워드’는 홍콩 중문대 교수로 옮겨 오면서 중국 고전에 관한 교양 강좌를 맡은 강의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그가 중국 문화의 면모로 꼽은 6가지 키워드는 영웅본색, 정교도통, 강하세월, 음식남녀, 이매망량, 혼혜귀래다.

‘강하세월’에서는 소동파의 ‘적벽부’를 통해 개인적 순간의 경험을 시적 언어 표현을 통해 영원한 시야로 변환하려 하는 중국의 ‘서정 전통’을 풀어냈고, 유가 사상의 엄격함이 강조되는 중국 문화에 세속적인 일면이 있음은 ‘음식남녀’라는 키워드로, 명말 문장가 풍몽룡이 구어체로 쓴 ‘장흥가중회진주삼’을 통해 살폈다. 중국의 모든 고전 문학이 ‘점잖고 우아’한 것 만은 아니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키워드 ‘이매망량’은 신선·귀신·요괴를 뜻한다. ‘중국판 천일야화’라 불리는 청나라 초기 포송령의 괴이소설집 ‘요재지이’와 에드거 엘런 포의 귀신 이야기를 함께 언급하는 저자는 이 ‘기이한 전통’이 유학 중심의 엘리트 사회에서 비주류의 목소리를 냈고 이것이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옌에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강의 어투를 그대로 옮겨 구어체로 쉽게 쓰인 책이지만 내용은 귀한 비단 실로 화려한 문양을 수놓은 듯 격조 높은 통찰로 빛난다. 2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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