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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원전 외면하다 '빚더미 탄소중립'...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기료 인상...脫원전 고지서 날아온다]

脫원전·脫석탄 따른 한전 적자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가

신재생 의무이행 비용 급증...전기 요금 갈수록 오를 듯

"세금 더 내라며 누가 얼마만큼 감당할지 설명도 못해"





정부가 17일 공개한 전기 요금 개편안은 전력 생산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 체계에서는 생산 비용이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판매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비용을 오롯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탈원전·탈석탄으로 한전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하던 안전핀을 제거해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린 셈이다.

이번 개편으로 전기 요금은 내년 소폭 하락했다가 내후년부터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생산 비용 증가 폭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저탄소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요금을 일부 더 걷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원자력발전과 같은 값싼 발전원을 배제해 감당해야 할 부담을 비합리적으로 키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가 회수 초점…연료비연동제 도입=정부는 요금을 원가에 기반해 산정하기 위해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기 요금에 ‘연료비 조정 요금’ 항목을 신설해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형태다. 현행 전기 요금 체계는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제때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지난 2013년 이후 조정 없이 운영돼왔다. 정부는 또 기후·환경 비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년 전기 요금 총괄 원가를 사정할 때 비용 변동분을 포함해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주택용 전기 요금 제도도 손을 봤다. 월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대해 최대 4,000원을 할인해주는 ‘주택용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는 할인액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오는 2022년 7월 폐지한다. 저소득층의 전기 요금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도입됐으나 취지와 달리 사용량이 적은 고소득 1∼2인 가구에 할인 혜택이 집중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외에 주택용 전기에도 산업·일반용 등 다른 용도에서 도입·운영하고 있는 계절별·시간대별 선택요금제가 도입된다.



◇탈원전 따라 요금 인상 불가피=개편안이 내년부터 도입되더라도 당장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료비를 좌우하는 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올 들어 40달러대로 내려앉은 탓이다. 유가가 5~6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요금에 반영되는 만큼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내년 1~3월에 월 최대 1,050원, 4~6월에 추가로 월 최대 700원 요금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가와 무관하게 탈원전 정책에 따라 전력 생산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르면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전 설비용량은 올해 기준 23.3GW에서 2034년 19.4GW로 축소된다. 석탄 발전의 설비용량도 올해 35.8GW에서 2034년 29GW로 감소한다. 반면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설비용량은 올해 41.3GW에서 2034년 59.1GW로 늘어나고 같은 기간 신재생 설비용량은 20.1GW에서 77.8GW로 증가한다.

환경 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kwh당 5원 30전 수준인 환경 요금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요금에 반영될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RPS)을 보면 2021년 3조 2,463억 원에서 2022년 3조 8,875억 원, 2023년 3조 7,917억 원, 2024년 4조 2,811억 원으로 매년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배출권 거래 비용(ETS)이 더 늘어날 경우 기후 환경 비용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책 추진에 따른 비용을 국민에게 돌리겠다는 게 개편안의 본질”이라며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누가 얼마만큼 감당해야 할지 설명조차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값싼 전원 배제…요금 부담만 키워=전문가들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소비자가 비용을 일부 부담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감당해야 할 비용을 정부가 비합리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값싼 에너지원인 원전의 비중은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LNG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발전원 포트폴리오를 수정하지 않으면 탈원전의 비용을 결국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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