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17일 한은이 반기에 한 번 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집값이나 전셋값 상승이 저금리 탓이라는 시각에 대해 “저금리 기조는 훨씬 이전부터 유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 가격 상승을 저금리 탓으로 돌린 바 있는데 이 총재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전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생긴 ‘수급 불균형’이 주요인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한은은 수 차례 정부가 정책 실패로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을 올려 부동산 대란을 조장해놓고 저금리 문제로 슬그머니 빠져 나가려는데 불쾌한 입장을 보였는데 총재가 이번에 나서 쐐기를 박은 셈이다.
이 총재는 또 “(세계) 중앙은행이 장기간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실물과 자산 가격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면서 “자산 가격이 높아져도 과거 같은 ‘부의 효과(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는 제한적인 데 불평등 확대와 금융 불균형은 누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율이나 실물 경기 상황과 비교해 과도해 금융불균형에 유의하며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선 “코로나 전개 상황이 지난달에 경제 전망을 발표할 당시 예상한 것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확산세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는다면 소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앞선 1·2차 유행에 비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내년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장기 저물가)이나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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