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 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시행이 예고되면서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하나 더해졌다”는 반응이다. 연료비에 연동해 전기료가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구조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특히 산업계는 산업부와 한전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사전예고도 없이 보도자료를 통해 당일 통보했다며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주력 산업인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분야의 연료비 연동 전기 요금에 대한 우려가 컸다. 가뜩이나 ‘탄소 중립’ 기조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가운데 전기 요금이 오르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이후 산업 활동이 회복되고 유가가 오르면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해당 기업들은 내다봤다.
A 철강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기료를 포함한 고정비 예측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작용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철강 기업들은 전력 구입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감축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전기료 상승까지 현실화할 경우 이중 부담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 철강사 또한 “구체적인 세부 개편안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로 기후 환경요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이후 유가마저 상승하면 전기료 사용량이 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같은 우려를 내비쳤다. C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원전 접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결국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의존해 발전 원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같이 제조업과 소재 산업의 업황이 안 좋은 시기에는 전기료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D 석유화학 회사 관계자도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는데 전기료가 올라가면 우리만 경쟁력을 상실하는 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전기료 부담을 우려하는 눈치다. 전기료마저 불확실한 대외적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E사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고정비로 판단했던 전기료가 변동하는 구조로 바뀌면 제조 기업으로서는 경영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아지게 된다”며 “유가와 연동된 전기료는 앞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사 관계자도 “중장기적으로 전기료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하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겪어보지 못한 요금 체계인 만큼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기료 체계 변동이 산업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에도 정부가 ‘일방통행’으로 이를 밀어붙였다는 점을 토로하는 재계 목소리도 들린다. 수년 전부터 발전 원가에 연동되는 전기료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협회 등을 통한 사전 예고도 없이 보도 자료를 통해 당일 통보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에 기업들의 대정부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산업별 협회 등 몇몇 단체들은 전날 발표된 전기료 체계에 대한 기업 의견을 취합,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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