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초유의 법원 휴정 사태에도 올해 경매 낙찰가율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시설과 토지 등 전반적인 경매 성적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의 경매 열기가 뜨거웠던 탓이다.
21일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0년 법원경매 결산에 따르면 올해 경매 진행 건수는 14만건(잠정치)으로 지난해(13만4,794건) 대비 3.9% 증가했다. 3년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으나 증가폭은 크게 감소했다. 전년대비 물건 증가 수가 2018년에는 약 1만건, 지난해에는 2만건 가까이 됐으나 올해는 5,000여 건 정도에 그쳤다. 이처럼 진행 건수 증가세가 주춤해진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다. 국내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이후 별다른 문제 없이 입찰이 진행됐으나 1차 대유행 이후 수차례 법원 휴정 조치가 내려지면서 진행 건수가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법원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69.9%) 보다 오른 72.7%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을 놓고 봤을 때 가장 큰 증가폭이다. 낙찰가율이 2년간 이어진 전년 대비 하락세를 마감하고 상승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올해 유난히 두드러진 주거시설, 그 중에서도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자리잡고 있다.
◇낙찰가율 90% 육박…아파트 경매 인기 = 지난해의 경우 전국 아파트의 월별 낙찰가율은 12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80%대에 머물렀으나 올해 들어서는 1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90% 이상에서 형성됐다. 11월에는 97.1%, 16일 현재 98.6%까지 올라가며 100% 선까지 넘봤다. 평균응찰자 수는 5.4명으로 지난해(5.1명)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2년 연속 전년대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5~2016년에 6명을 넘어섰던 전국 주거시설 평균응찰자 수는 2018년 4.6명까지 줄었으나 지난해부터 주거시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5명대를 회복했다.
주거시설 경매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서울 지역의 아파트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진행건수는 660건으로 지난해(1,064건)에 비해 38% 감소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1년(6,394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7월부터 진행건수가 6개월 연속 60건을 밑돌고 있는 가운데 12월 진행건수는 고작 36건에 그쳤다. 물건은 줄어드는 반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가장 높다 보니 10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111.8%를 기록했으며 11월과 12월에도 각각 108.4%, 110%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주거시설을 겨냥하고 있고, 당분간은 지속될 수 밖에 없어 내년에도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경매의 주거시설 평균응찰자 수는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경매시장도 ‘풍선효과’ 누린 한 해 = 올해 경매시장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방 시장의 경매 열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피해 비규제 지역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린 것이다. 3·4분기까지 전통의 강호인 서울을 제외하고는 경매시장에서 눈에 띄는 지역이 없었으나 4·4분기 들어서면서 김포·파주·울산·부산이 급부상했다. 올해 8월까지 90%대 초중반을 벗어나지 못했던 김포시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월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0%를 넘더니 11월에는 131.2%까지 치솟았다. 8월 92%에서 3개월 만에 무려 40%포인트나 올라간 것. 아파트 경매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1월 김포는 결국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규제 프리 지역’이라는 타이틀이 사라졌다.
파주 역시 김포 못지 않은 하반기 경매 핫 플레이스였다. 10월까지 100%를 넘지 못했던 파주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11월 108.1%로 수직 상승했다. 김포가 11월 19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자 여전히 규제 프리인 강 건너 파주가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11월 파주 아파트의 평균응찰자 수 역시 14.3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울산과 부산의 비규제 지역 아파트 역시 하반기 경매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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