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백신 확보만큼이나 어떻게 백신을 안전하게 운송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백신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온을 유지한 채 옮겨야 하는 ‘콜드체인(Cold Chain)’ 기술이 중요해서다. 냉동·냉장 축랭(蓄冷) 시스템을 만드는 이에스티(EST)가 백신 ‘콜드체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독점 공급하는 ‘PCM(얼음 대체 냉매 물질)’을 활용해 기존 콜드체인보다 저렴하고도 친환경적으로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21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이정근(사진) EST 대표는 “내년부터 수년간은 국내 방방곡곡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운송하는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콜드체인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는 게 PCM 축랭 시스템은 드라이아이스 등의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도체 장비 부품을 제조하는 EST가 콜드체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2007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PCM의 독점 공급권을 확보하면서부터다. PCM은 액체에서 고체가 되면서 흡수한 냉기를 일반 물질보다 오래 머금고 있어 주변을 지속해서 차갑게 유지시키고, PCM의 배합을 달리하면 냉동부터 냉장까지 원하는 온도를 만들 수 있다. 국내에 유통 중인 다른 PCM은 주로 수입 원료지만, EST는 십여년 간 연구 끝에 국내 기술력으로 상용화에 성공해 2018년부터 콜드체인에 적용하고 있다.
이 PCM 축랭 시스템을 적용한 냉동탑차가 코로나19 백신 운반에 적용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복안이다. 그는 “영하 70℃까지 내려가야 하는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은 무리지만 영하 20℃, 영상 2~8℃의 온도에서 운송해야 하는 모더나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PCM 축랭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은 물론 친환경적이라는 면에서 기존 콜드체인에 앞선다.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소모적인 드라이아이스보다 온도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고, 같은 성능이어도 기존 냉동 탑차의 유류비를 30%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엔진을 끄지 않고도, 심야 전기로 6시간 축랭해두면 다음날 낮에 8시간 운행해도 정해진 온도를 지킨다. 이 대표는 “1년 반 정도면 PCM 축랭시스템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이라며 “뿐만 아니라 2023년부터 대폭 확대되는 전기화물차에도 별도 배터리가 필요 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친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강점을 인정받아 CJ, 청정원 등에서는 신선식품 배송에 EST의 PCM 냉동탑차를 적용하고 있다. 2018년까지 250대였던 생산량은 올 한해만 400대 이상 늘어날 전망이며 내년까지 1,700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1톤 화물차량의 짐 싣는 부분만 떼고 용이하게 시공할 수 있고, 현재 기본 4가지(영하 29·26·12·4℃) 온도에서 환풍을 통해 원하는 온도를 조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PCM 축랭시스템으로 물류창고를 제작하는 공법을 개발해 강원도 원주에 설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신선식품 배송은 물론 백신까지 더해 기술력 있는 콜드체인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며 “내년 PCM 축랭 시스템 분야 판매량을 늘려 전체 매출 5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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