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비교적 존재감이 약했던 KB증권이 올 들어 인수금융 부문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빠르게 커지는 국내 M&A 시장과 사모펀드(PEF)의 성장성에 주목해 대형 거래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약 2조 6,000억 원의 인수금융을 주선했다. 이는 M&A 전담 본부가 만들어진 이래 최대 실적이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대우(약 3조 원)와 NH투자증권(2조 9,000억 원)의 주선 실적과도 대등한 수준이다. KB증권은 올해 코엔텍(029960)·새한환경과 대성산업가스·할리스F&B 인수금융 등을 주선했다. 이 밖에도 2조 원 규모에 이르는 ADT캡스 차환(리파이낸싱) 등을 주관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과거 인수금융 시장은 국내 주요 시중 은행과 소수의 대형 증권사가 주도하던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4~5년 사이 국내 증권사들이 IB 부문을 강화했고 총액인수(언더라이팅)와 주선 업무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시장의 무게 추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후발주자였던 KB증권은 업계 상위권 증권사의 실적을 따라잡았다. KB증권의 모체인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M&A 인수금융 부문에서 큰 성과가 없던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 셈이다.
KB증권의 실적을 살펴보면 전략적으로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 관련 M&A 인수금융에 집중한 점이 눈에 띈다. 4년 만에 견고했던 경쟁사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지난 2018년 ADT캡스 주선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거래 규모만 약 3조 원, 인수금융 규모는 2조 원에 이르는 거래였다. 당시 SKT·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컨소시엄의 ADT캡스에서 인수금융을 지원한 KB증권은 맥쿼리에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하며 공동 주선사로 참여하게 됐다. KB증권이 발급한 LOC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펀드 출자 규모도 대폭 확대했다.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는 은행과 증권사가 단순 주선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사모펀드가 조성하는 M&A 펀드의 투자자(LP)로 참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LP로 참여해 투자 수익률을 제고함과 동시에 이를 밑거름 삼아 향후 M&A 자문과 인수금융 주선 기회를 포착하려는 전략이다. KB증권도 2년 전부터 국내 중대형 펀드의 LP로 참여해 약 2,500억 원을 출자했다.
인수금융 부문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자 올해부터는 조직을 보강해 M&A 자문 업무를 강화했다. 어드바이저리본부는 올 초 기존 인수금융부와 M&A부 외에 어드바이저리부를 신설해 3개 부서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세 부서의 총괄 업무는 올해 어드바이저리본부장으로 취임한 양현종 상무가 담당한다. 인수금융 주선과 LP 출자, 자문 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올해 IS동서·E&F프라이빗에쿼티의 코엔텍·새한환경 인수 당시 KB증권은 인수금융 주선과 총액인수·자문을 동시에 제공해 거래 종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문 △현대HCN의 인수 자문 △골프클럽 안성Q의 매각 자문 등을 진행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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