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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76> 지나친 산아제한에 부유해지기前 이미 늙어···“최대의 적은 美 아닌 고령화"

■인구감소 수렁에 빠진 中

중국 베이징에서 한 노인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중국에서 전 분야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노인 소외 현상이 중대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살다 보면 이 나라 정부의 이벤트성 대중운동을 많이 보게 된다. 최근 TV 방송에서 많이 나오는 것은 무장애 설비 보급운동이다. 오래된 아파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인도의 턱을 없애는 사업을 하기도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시설을 이용하자는 것으로 당연한 조치다. 물론 이런 중국의 조치는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주 타깃은 대개 어르신들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고령화 이슈가 사회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는 사례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래 중국의 최대의 적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아니라 자신의 고령화”라고 말을 하곤 한다. 중국이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사회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노동 가능한 젊은이는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부양해야 하는 어르신은 급증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이라는 인구 보너스를 통한 ‘세계의 공장’은 이미 옛말이 됐다.

현대 사회에서 물론 늙어가는 국가가 중국 만은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 유럽, 미국 모두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중국의 고령화는 다른 나라와 차별되는 두 개의 특징이 있다. 아직 개발도상국인데도 늙어가고 있다는 점과 함께 고령화의 원인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억7,600만명으로 14억 전체 인구의 12.6%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65세 노인 인구가 사회 전체의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이미 노인 인구가 전체의 7.1%에 이르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었다. 오는 2022년까지는 중국 노인 인구가 14%로, 고령사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엔인구개발국 통계에 따르면 2050년에는 중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27.6%(3억7,000만명)가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생산을 담당할 노동가능 인구는 줄어든다. 중국이 건국 100년을 기념하는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 결국은 ‘노인들의 나라’가 되는 셈이다.

중국의 이런 고령화 속도를 한국과 비교해보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5.5%였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난해의 중국 수준(12.6%)이었던 것은 2014년(12.7%)이었다.

경제수준과 비교해서 봐야 이해하기 쉽다. 한국의 지난 2014년 1인당 GDP는 2만9,250달러였다. 이는 노인 인구 비율이 비슷한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 1만267달러의 세배에 가까운 액수다. 중국은 초고령사회에 돌입하는 2025년의 1인당 GDP도 1만2,000달러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복지는 그 나라의 경제수준을 반영한다. 고령사회를 대비하고 이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고령사회는 선진국의 고질병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가난한 상황에서 고령사회에 돌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에서는 ‘부유해지기도 전에 먼저 늙어버린(未富先老)’ 상태로 설명한다. 선진국들의 ‘부유한 어르신’ 대신에 중국에서는 ‘가난한 늙은이’가 사회를 채우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금과옥조로 삼은 ‘사회안정’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

그럼 중국은 왜 이렇게 갑자기 늙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의 직접적인 결과다. 태어나는 사람은 적은 데 생활 및 의료 수준의 향상으로 사망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이는 적고 노인만 늘어가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들도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 시기에서는 인구가 크게 늘어났었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인구증가는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중국은 인위적으로 출산을 방해한 원죄가 있다. 악명높은 ‘1가구 1자녀 정책’이다. 지난 1980년 시작된 1자녀 정책은 인구 억제에 성공하면서 일정기간 경제의 고도성장은 이끌어냈다. 하지만 40년이 흐르고 두 세대가 지나면서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1자녀 정책’에 따라 한 쌍의 부부가 한 아이를 낳고 이 아이들이 커서 다시 한 손자를 만들었다. 즉 ‘4→2→1’ 방식으로 출생아가 줄어든 셈이다. 이러한 마이너스 방식은 그동안 14억명이라는 거대 인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총 1,465만명이 태어났다. 지난 1987년에 2,550만명이 태어난 데 비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 감소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데 있다. ‘4→2→1’ 방식의 후유증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 도로에서 삼륜오토바이가 고장난 삼륜자동차를 끌고 가고 있다. 아직 중진국인 중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노인층을 부양하는 상황에 비유되는 모습이다. /최수문기자


중국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0년 들어 인구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결국 중국은 산아제한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부모 모두가 독자일 경우 두 자녀를 허용했다. 이어 2013년에는 부모 중 한쪽이 독자인 경우 두 자녀를 허용했다. 그러더니 2016년부터 모두가 아이를 둘 낳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물리적으로는 2010년에 비해 출생자가 현재는 두 배로 늘어날 수 있게 됐다. 물론 실제로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2010년 11.90‰(인구 1,000명당 출생자 숫자)였던 출생률은 다행히 2016년 12.95‰로 늘었지만 이후 다시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10.84‰에 불과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중국에서도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고 자신의 삶에만 몰두하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집값이나 생활비, 특히 교육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출산 규제를 풀어도 결국 사람이 문제다. 개인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내 올해 대학졸업자는 874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중국 교육부는 2022년에는 대학졸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구직자는 오히려 늘면서 취업경쟁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대책에 엉거주춤한 중국 정부다. 출산에 대한 규제를 없애자는 목소리는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 여전히 3자녀를 갖는 것은 규제대상이다. 인구 감소 우려로 자녀 출산을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규제를 두는 것은 이상하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면서도 산아제한이 여전히 유지되는 나라가 중국이다.

14억의 중국이라고 하지만 원래부터 인구가 이렇게 많았던 것은 아니다.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지난 1949년 이른바 ‘신중국’이라는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될 때의 중국 인구는 5억4,200만명에 불과했다. 아편전쟁 전인 1840년대의 인구도 4억명 내외였으니 중국은 백년동안 인구가 거의 늘지 않은 셈이다. 전쟁 등 혼란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을 방해했었다.

기다리던 평화가 도래한 후 인구는 자연히 폭증했다. 중국이 동란이라고 하는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 기간에도 인구 증가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문혁이 끝나고 개혁개방을 시작하던 1979년 중국 인구는 9억7,500만명이었다. 건국 후 3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덩샤오핑 등 개혁개방파 수뇌들이 멜서스 이론을 너무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인구증가가 중국 빈곤의 원인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고 중국 내에서도 악명높은 ‘1가구 1자녀 정책’이라는 산아제한이 시작됐다. 지난 1980년 9월 중국 공산당은 ‘중국의 인구증가 제한과 관련해 전 공산당원과 공청단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한 쌍의 부부는 한 명의 자녀만을 낳도록 했다. 이는 일단 공산당원에게만 해당됐다. 이후 1982년 제5회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헌법에 ‘계획생육(計劃生育)’이라는 이름으로 산아제한을 명문화하면서 실시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산했다. ‘계획생육’ 조항은 현행 헌법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다만 당시에도 이미 인구가 많았기 때문에 1자녀 만으로도 인구가 늘었다. 14억이라는 거대한 인구가 사회의 변화를 살피는 주의력을 떨어뜨리게 했다. 어쨌든 중국의 인구는 많으니까 말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한 할머니가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있다. 뒤로는 경제성장을 이유로 ‘1가구 1자녀 정책’을 도입했던 덩샤오핑의 대형 포스터가 보인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인구 변천사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는 지난 2012년 발생했다. 이해에 중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노동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1자녀 정책의 후유증이 30여년의 시차를 두고 본격화한 것이다. 놀란 중국 정부는 1자녀 정책 규제를 풀었다. 그러자 출산이 반짝 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출산은 다시 줄어들었고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전체 인구의 감소 시기도 멀지 않았다. 중국인구발전연구센터가 발표한 ‘중국인구전망 2018’은 “중국의 총인구 규모는 2029년 14억3,9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는 중국 관방의 아주 낙관적인 예측이고 중국 외 연구기관에서는 피크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지난해 말 현재 중국 인구는 14억5만명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다. 중국 관료나 학자들은 인구감소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한 관변학자는 “중국 인구는 이미 많고 이들을 유능한 인재로 교육시키는 것이 현재는 더 관심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이 산아제한을 완전해소하고 출산장려로 인구정책을 180도 전환하는 데 걸림돌은 공산당 자신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채택한 것은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다. 즉 1자녀 정책의 최종 책임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라고 불리는 덩샤오핑에 있다. 이런 산아제한을 폐지할 경우 이는 덩의 정책을 부정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덩의 계승자라는 후진타오 전 정부나 시진핑 현 정부가 대놓고 내세울 주의주장은 아니다.

아마 중국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할 때는 고령화의 방향을 돌리거나 속도를 늦추는 작업도 쉽지 않을 듯하다. 이웃 일본에서 보듯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사회의 활력은 급격히 쇠퇴할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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