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자동차 전자 장비(전장)·부품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합작 법인의 회사 가치는 1조 원 규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취임 직후 1조 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한 데 이어 자동차 전장 사업 도약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이자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2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장부품(VS)사업본부 내 전기차 모터·구동 시스템 등의 사업을 물적 분할해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세계 3위 車부품사와 합작법인 설립
내년 3월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물적 분할과 합작 법인 설립에 대한 승인이 이뤄지면 합작 법인은 7월께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본사는 인천에 두고 분할 사업과 관련된 임직원 1,000여 명이 합작 법인으로 이동하게 된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장치)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며 “합작 법인이 독립적이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작 법인의 주요 사업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 인버터, 차량 충전기와 모터·인버터·감속기를 모듈화한 구동 시스템 생산이다.
LG전자는 자사의 전기차 모터 기술력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의 사업 노하우 및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대량 생산 체제를 조기에 갖춰 성장 잠재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합작 법인은 일단 마그나에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며 추후 마그나의 고객사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도 부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1957년 설립된 마그나는 파워트레인과 섀시, 내·외장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본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다.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핵심 부품인 모터·인버터 등에 대한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찌감치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모터를 자체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 모터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장 사업 흑자 전환 탄력받을 듯
앞서 LG전자는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와 재규어 I-PACE 등에 탑재되는 주요 부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차기 최고경영자(CEO) 는 “양사의 강점을 활용해 급부상하는 전동화 부품 시장에서 앞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도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 기회를 가진 전동화 부품 사업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고 말했다.
합작 법인이 내년 출범하면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은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VS사업본부, 램프 사업을 하는 ZKW, 파워트레인 위주의 합작 법인 3각 체제로 재편된다.
마그나와의 합작 법인 설립으로 LG전자 전장 사업의 흑자 전환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올 3·4분기 매출 1조 6,554억 원에 영업 손실 66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영업 손실은 4,0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증권 업계에서는 VS사업본부가 내년 고수익 전기차 부품 수주가 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장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온 구 회장의 결단이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한편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 법인 설립은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 진입과 맞물려 관심을 모은다. 오는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는 애플이 북미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와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어서다. LG·마그나 합작 법인이 생산한 전기차 모터와 부품이 애플의 전기차에 공급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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