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할 때 얻는 이익을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과거 중세 때 군주(시뇨르)가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금화에 구리를 섞어 함량 미달의 화폐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은 연간 얼마나 주조 차익을 거둘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홈페이지를 통해 1달러를 발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 7.7센트, 10달러는 15.9센트, 100달러는 19.6센트라고 공개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100달러를 찍어내면 99달러 80.4센트의 주조 차익이 발생한다. 지난 3월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한 연준은 올해 최소 3조 달러를 찍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준이 밝힌 올해 조폐 예산 8억 7,720만 달러를 빼더라도 수조 달러의 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 계산법은 무리가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해석이다. 이정욱 한은 발권국장은 “시뇨리지는 회계적 개념이 아니라 경제적 개념이어서 어느 나라 중앙은행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액면가에서 비용을 차감한 방식은 현대 경제학 이전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조 차익의 현대적 해석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낸 것과 채권을 발행해서 조달한 것의 차이인 기회비용의 개념으로 본다”며 “그 계산법도 경제학자마다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미국이 시뇨리지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국가라는 점이다. 경상·재정 적자가 아무리 불어나도 국가 부도 사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축통화국이 누리는 특권이다. /권구찬 선임기자 ch 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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