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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文지지율 꼴찌' 20대, 임대주택 준다고 돌아설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20대 대통령 지지율, 각종 조사서 20%대 최하위

'젊은층=진보' 공식 깨져...어르신들보다 더 반감

정부, 고시원 청년에게 공공임대 우선 공급하고

주거급여·장학금 확대 등 예산 22조원까지 늘려

文 "청년 삶 바꿔가는 첫걸음, 파이팅!" 알렸지만

취업·주택시장 붕괴가 더 문제...'盧 향수'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 화성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취업난에 폭등하는 집값과 전·월세, 페미니즘 이슈로 인한 남녀 갈등, 잇따른 불공정 논란,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악재를 겪고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정부가 22조원짜리 지원 카드를 꺼냈다. 20대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 60대 이상 장년층과 비슷하거나 이를 밑돌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노무현 향수’를 공유하는 30대나 40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높은 반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책이 이들의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는데 보탬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9월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출범 당시 “청년 실업을 최우선으로 해결하라”고 주문한 것과 달리 이번 청년 대책은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 해결책은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들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임대주택 우선권만 줄 게 아니라 기존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를 공급해 줘야만 ‘연애→결혼→출산→중산층 진입’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개인 대출·투자 규제, 자신의 앞날을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에 더 종속시키는 ‘평준화’ 교육 정책 등도 현재 자산은 없고 미래 소득을 끌어 써야만 하는 젊은이들 입장에서 선배 세대와 경쟁할 수 있는 사다리를 남김없이 걷어찬 ‘악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20대 文대통령 지지율, 각종 조사에서 전 연령 최하위

여론조사 전문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2.2%포인트 하락한 35.2%로 지금까지 이 업체의 조사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2.9%포인트 오른 59.9%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20대 지지율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20대의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1.7%포인트 내린 27.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긍정평가는 40대(45.0%), 30대(38.9%), 50대(37.6%)보다 한참 낮았고 심지어 오차 범위 내에서 60세 이상(29.8%)도 밑돌았다. 부정평가도 8.1%포인트 오른 63.5%로 나타나 60세 이상(64.2%)에 육박했다. 알앤써치의 이번 조사 응답률은 7.5%,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1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7.9% 포인트 하락한 36.6%을 기록해 최저치를 새로 썼는데, 하락세는 28.6%의 지지율을 기록한 20대(18·19세 포함)가 주도했다. 60세 이상(30.5%)보다도 오차 범위 내에서 더 낮은 수준에 달한, 최저의 기록이었다. 이 여론조사의 설문 응답률은 10.5%,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조사해 24일 공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2.1%포인트 떨어진 37.4%를 기록했는데, 20대의 긍정평가는 2.9%포인트가 내린 34.9%를 기록해 평균을 하회했다. 오차 범위 안에서 20대보다 긍정평가가 낮은 연령층은 50대(32.1%)와 70대 이상(33.9%)밖에 없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 대통령 당선 때만 하더라도 20대 역시 30·40대와 함께 주요 지지 집단이었음을 감안하면 판도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정부, 고시원 청년에 공공임대 우선공급... 청년 예산 22兆로 확대

20대의 민심 이반은 비단 최근 현상이 아니다. 20대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문 대통령과 정부에 반감을 표시한 건 각종 불공정 이슈 누적에 따라 꾸준히 이어져 온 현상이다. 이들은 30·40대와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나 이른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1980~1990년대 학번 선배들의 영향도 거의 없는 세대이다.

‘젊은층=진보정당 지지’라는 과거 공식이 무색하게 현 20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정부도 이들을 보듬는 정책을 전격적으로 선보였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2회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청년정책 관련 예산을 올해 16조9,000억원에서 내년 22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 계획은 내년부터 5년간 추진된다. 이번 기본계획은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총 5개 분야에 걸쳐 20대 중점과제와 270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우선 고시원·반지하·쪽방 등에 사는 저소득 청년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기로 하고 보증금(50만원)·이사비(20만원)·생활집기(20만원) 등 이주 비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저소득 청년의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132만원)에서 70%(185만원) 수준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5년간은 ‘도심 내 청년특화주택’ 7만6,900호를 포함해 시세의 50~95% 수준으로 총 24만3,000호의 청년 주택을 공급한다. 정부의 기존 ‘주거복지 로드맵 2.0’ 계획보다 3만 호가량을 더 늘렸다. 2025년까지 청년 전·월세 임차가구 226만 가구 중 10% 이상이 이들 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국무조정실의 설명이다. 기숙사도 해당 기간 3만명 분을 더 늘리고 현금·카드 분할 납부 비율도 더 높이기로 했다.

부모와 별도로 거주하는 20대 미혼 청년에게는 주거 급여도 지급한다. 정부는 이들이 내년 기준 총 3만1,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월 평균 15만4,000원을 주는 방안을 상정했다. 2025년까지 40만 청년 가구에 저금리로 전·월세 자금 대출도 지원한다.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장학금 한도 700만원 증액... 직장내 성희롱은 징벌적 손해배상

일자리 분야에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공공기관 체험일자리 등을 통해 내년 55만5,000명, 2025년까지 128만명의 이상의 구직을 지원한다.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는 월 5만원 교통비를 계속 지급한다. 부처 합동으로 ‘도전 K-스타트업’ 등 창업경진대회를 열어 유망 창업아이템도 발굴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2022년부터 저소득층 청년의 대학 등록금 ‘제로화’를 추진하고, 대학입학금은 2022년 폐지한다. 한국판 뉴딜의 기반이 될 디지털 신산업분야 인재 2만3,000명, 그린·에너지 분야 인재 2만5,000명도 양성한다.

복지·문화 분야에서는 미취업·저신용 청년 대상으로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복지시설 보호 종료 청년 대상 자립수당 지원기간과 빈곤 청년 근로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우울감 극복을 위해서는 정신건강 특화 사업을 2022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조기 확대를 유도하고, 마음이 힘든 청년들에게 소득에 관계 없이 정신건강바우처를 지급하기로 했다. 직장 내에는 성희롱 피해 구제절차를 신설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또 일자리·주거·교육 등 청년의 삶과 관련이 큰 정부·지자체 위원회를 청년 참여가 필요한 위원회로 지정하고, 해당 위원회에 청년 위원을 20% 이상 위촉하기로 결정했다.

정 총리는 이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이 코로나19 속에서 가장 혹독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 청년들이 공감하고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합뉴스


文대통령 “청년 삶 바꿔가는 첫걸음, 파이팅!”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청년이 만든 청년정책이 확정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책 홍보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청년들이 직접 만든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오늘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의결로 확정됐다”며 “지난 8월 청년기본법 시행으로 구성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모두 20명의 민간위원을 위촉했고, 그 가운데 12명이 청년의 권익과 자립을 위해 활동해온 청년대표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년이 정책대상에 머물지 않고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된 것”이라며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확정은 우리 청년들의 삶 전반을 바꾸어 가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또 “청년의 일할 권리를 위해 당장 내년에 55만5,000명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기술창업 전 과정에 정부가 함께 한다”며 “대한민국 변화의 중심에 청년이 서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청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청년은 우리 사회·경제의 변화를 이끄는 당당한 주역”이며 “이제 청년들의 꿈을 이뤄가기 위한 제도적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청년이 주도적인 삶을 살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정부의 의지를 믿고 과감하게, 용감하게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늘 푸른 청년! 파이팅입니다!”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지난 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7만3,000명 줄어 지난 3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16일 서울 마포 서울서부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 수급 대상자들이 줄지어 실업급여 설명회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경제DB


취업·주택시장 붕괴가 근본 원인...단순 지원책 모음으로는 역부족

이날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발표에도 이것이 청년들에게 돌파구를 마련할 근본 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은 곳곳에서 나왔다. ‘주거 급여’ 등 대책 중 상당수가 이미 각 부처에서 발표한 내용과 중복된 데다, 그것을 무시하더라도 ‘내 집 마련’ ‘취업’ 등 젊은이들이 인생의 주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책을 떠나 고용·주택 ‘시장’ 자체가 극심하게 불안한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정부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지난 9월18일 출범했는데, 정 총리는 당시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청년실업은 국가재난”이라며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청년들 앞에 놓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정책 가운데 일자리 대책은 눈에 확 띌 정도로 구체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주택 등 주거 개선을 더 부각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총리는 역시 이날 이번 정책을 소개하며 “이것으로 충분치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기본계획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당장 지원책은 꺼냈지만, 코로나19 한파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20대의 삶과 문 대통령·정부에 대한 이들의 지지 모두 큰 반전을 이루기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정책과 철학은 수정 한 번 없이 모두 그대로 둔 채 세금을 쪼개 주는 국가 지원만으로 여론을 움직이기는 극히 어려운 탓이다. 마치 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건네는 ‘위로의 말’은 그저 덤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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