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가상 자산(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국내 시장에서 3,000만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7일 가상 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3,001만 원에 거래됐다.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3,000만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오후 4시 30분 기준 최고점을 3,071만 원으로 높였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약 3년 만에 개당 거래가 2,000만 원을 넘어선 뒤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기록한 최고가 3,070만 원은 올해 연초(834만 원) 대비 3.7배 오른 가격이다. 해외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은 이날 2만 7,500달러 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가상 자산은 거래소 단위로 매매가 이뤄져 같은 종류의 자산이라도 거래소별로 시세가 다르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을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대체 안전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가운데 발행 총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이 ‘내구성 있는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투자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고 톰 피츠패트릭 씨티은행 투자전략가도 “통화 팽창과 달러 약세 속에서 비트코인이 새로운 금으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실체가 없다는 기존의 한계를 딛고 제도권 금융 기업 및 기관 투자가들의 실질적인 사용·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해석됐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기업인 페이팔은 최근 가상 자산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가상 자산 거래소를 직접 설립했다. 나스닥 상장 기업인 기업 정보 회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올 하반기 수차례에 걸쳐 1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해 이목을 끌었다.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자산 실재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많은데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레이 달리오는 최근 “비트코인은 부의 저장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고 과도한 변동성도 문제”라며 “비트코인이 화폐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도 정부가 불법화할 리스크도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견했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관련해 “투기적인 상승”이라며 “비트코인은 자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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