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배달주문이 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나 페트병 등과 같은 폐플라스틱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재활용하는 업체들의 분류 인력이 부족해 재활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늘어난 폐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않으면 소각이나 매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탄소제로’ 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재활용협동조합연합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8월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지방자치단체 수거량 기준 30만여톤에 달한다. 하루 853톤 꼴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5% 급증한 수치다. 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배달이 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이 급증하고 있지만 재활용 업체들의 분류인력 확충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작년보다 늘어난 폐플라스틱은 대부분 소각이나 매립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등서 폐플라스틱이 수거되더라도 중간 재활용 업체로 가지 않고, 지자체가 별도로 수거해 소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류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폐플라스틱 가격이 급락한 것도 수거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수거에 나서지 않게 하고 있다. 수거업체들이 중간 재활용업체에 넘기는 폐플라스틱 가격은 작년까지만 해도 1kg당 350원이었지만, 최근 들어 60원으로 83% 넘게 급락했다. 조합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로 제조하는 게 수익이나 품질면에서 훨씬 낫다”며 “이 때문에 폐플라스틱 가격도 급락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동네 고물상으로 불리는 영세 수거업체들 마저 고철이나 폐지수거 등을 주력으로 하면서 폐플라스틱 수거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들이 폐플라스틱을 자체 수거해 소각하거나 매립을 해야 하는데 매일 불어나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하지 못해 최악의 경우 수거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조경주 재활용조합장은 “이대로 가면 폐플라스틱 수거 대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폐플라스틱 수거업체들은 폐플라스틱을 분류할 인력을 조기에 확충하지 못하면서 분류 지체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분류하는 일은 악취나 업무 강도가 커 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도맡아 왔는데 코로나19로 국내 유입이 어려워지면서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수거를 해도 분류할 여력이 없다”는 호소가 나온다. 수거업체들은 폐플라스틱 단가가 급락해 지게차나 화물차, 수거인력 등의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폐플라스틱을 넘겨받는 중간 재활용업체도 사정이 비슷하다. 페트병을 가공해 완성품 제조업체에 넘길 때 받는 판매단가는 1kg당 581원으로 지난해 850원 대비 32%나 떨어졌다. 분류인력도 부족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폐플라스틱 가격마저 낮아지면서 ‘수거→재활용 분류→새 제품 가공’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셈이다.
이러다 2018년 사회적 문제가 됐던 폐비닐 수거 대란이 폐플라스틱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를 깊이 연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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