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687만 8,000여 대로 전망된다. 올 한 해 판매 예상치(480만 대)의 43.3%를 뛰어넘는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는 유럽·미국·중국 등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친환경 산업 육성 전략을 내놓는데다 고객들의 소비 패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전쟁도 격화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기존 내연기관 강자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대거 내놓는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위치하게 하고 전륜과 후륜에 전기모터를 배치한 형태로 다양한 모델의 개발이 가능하다. 부품 공용화로 조달 비용을 낮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유리하다.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다.
기존 내연기관 업체 중 전기차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적용한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를 내년 출시한다. SNE리서치는 오는 2022년에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112만 대를 판매해 테슬라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GM은 ‘BEV3’ 플랫폼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한 순수 전기 픽업트럭 GMC 허머를 내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내년 10종의 신형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전기차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MEA’ 플랫폼을 적용한 EQS를 내년 상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EQS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700㎞, 레벨 3 수준의 자율 주행 시스템 탑재, S 클래스 수준의 고급화를 이뤄낸 모델이다.
현대·기아차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첫 전기차를 내년 출시한다. E-GMP 기반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18분 안에 80%까지 충전된다. 현대차(005380)는 E-GMP를 처음으로 적용한 ‘아이오닉5’를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콘셉트카 ‘45’를 기반으로 한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다. E-GMP의 장점은 확장성이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와 기아차 CV(프로젝트명)도 각각 내년에 공개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을 전기차 시대의 원년으로 삼았다. 지난 10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미국과 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2040년부터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전동화 차량만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1위 수준인 점유율 8~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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