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CJ올리브영이 상장 전 지분 매각(pre-IPO)를 통해 1,300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새 주주로 맞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온라인 판매채널과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 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1조8,000억 원으로 평가된 기업가치를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2022년까지 얼마나 높일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4일 주식회사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를 대상으로 1,36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다. 코리아에치앤비홀딩스는 국내 사모펀드(PEF)인 글랜우드PE가 CJ올리브영 지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는 신주와 CJ그룹 오너 일가의 구주를 포함한 지분 25%가량을 4,000억 원 안팎에 인수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이 프리IPO를 통해 외부 자금을 수혈했던 것은 2022년 예고한 상장 때문. H&B 스토어는 최근 화장품 산업의 유통채널의 중심으로 올라설 만큼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업종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3년 5,900억 원에 불과했던 H&B스토어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3,390억 원으로 성장했고, 2025년 4조5,440억 원까지 덩치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7,604억 원에 불과했던 CJ올리브영의 매출액도 지난해 기준 1조9,250억 원으로 4년 만에 153% 성장했다. CJ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70%가량. 단순 셈법으론 5년 뒤 매출액이 3조 원까지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니스프리나 더페이스샵 등 국내 빅3 화장품 로드샵의 성장이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CJ올리브영이 높은 기업 가치로 상장할 경우 CJ그룹의 승계도 수월해진다. 글랜우드PE가 인수하는 오너 일가의 지분은 17%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CJ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은 유상증자 이전 기준 △이선호 17.97% △이재환 10.03% △이경후 6.91% △이소혜 4.58% △이호준 4.58%. 이중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패워캐스트 대표가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부장은 유상증자 이후에도 10% 넘는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조8,000억원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이 부장이 마련할 수 있는 승계용 자금도 덩달아 커질 수 있다.
관건은 어떻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느냐다. 치열했던 6파전에서 글랜우드PE가 최종 파트너로 낙점을 받았던 것도 이 ‘밸류 업(Value-up)’ 전략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상호 대표가 이끄는 글랜우드PE는 소비재기업 경영권 인수(buy-out) 투자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PEF다. 2014년 동양매직 인수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동양매직은 3,010억 원에 품었다. 신생 PE로는 이례적인 결과였다. 인수 이후 불과 2년 만인 2016년 SK네트웍스에 6,100억 원에 매각하는 ‘매직(마법)’ 같은 성과를 냈다. 2018년엔 미니스톱 인수전 최종 라운드에서 ‘유통공룡’인 롯데·신세계에 맞서기도 했다.
관련기사
신주 발행을 통해 확보한 1,300억 원의 자금은 그대로 온라인과 해외시장의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데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CJ올리브영이 H&B 스토어 분야의 압도적 1위 사업자이긴 하지만 온라인 매출 비중은 18.8%(3·4분기 기준)가량으로 그리 크지 않은 상황. 아직까진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판매채널을 다변화하고, 이에 맞춰 당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단선적 변화에 그친 수준이다. 마케팅부터 주문 배송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성공할 경우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화장품 판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년 8조1,172억 원이었던 화장품의 국내 온라인 판매액 규모는 지난해 12조3,822억 원으로 2년 새 50% 넘게 증가했다.
글랜우드PE도 미국 아마존에 인수된 유기농 식품 매장 홀푸드마켓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홀푸드마켓은 미국과 캐나다 등에 46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슈퍼마켓이다. 농작물 배송서비스인 인스타카트와 제휴를 통해 온라인 시장에 대처해오다 2017년 아마존에 팔렸다.
한편 글랜우드PE는 최근 7,100억 원 규모로 1차 조성을 완료한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CJ올리브영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