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이 계획치 대비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력한 분양가 통제,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대거 분양을 미뤘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연내 분양이 무산된 사례로는 둔촌주공(1만 2,032가구)과 신반포 3차(2,990가구), 이문1구역(2,904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28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 예정이던 6만 6,656가구 가운데 실제 분양된 가구 수는 2만 8,100가구에 그쳤다. 이는 예정치의 42% 수준이다. 올해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총 28만 2,214가구로, 분양 예정 물량(31만 4,116가구)에 비해 3만 1,902가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분양 실적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의 겹 규제가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9일부터 시행된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서울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예정 단지의 연내 분양을 무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분양가상한제는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일정한 표준건축비와 택지비(감정가)에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일부 재건축 조합에서는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 분양가가 낮아지는 결과가 나오면서 분란이 생겨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직방에 따르면 연초 조사에서 총 분양 물량의 55%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연말까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의 공급 실적은 총 분양 물량의 32%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계획 대비 공급 물량이 많았다. 대구시(3만 340가구), 부산시(1만 9,620가구), 충청남도(1만 8,288가구)의 순으로 많은 공급이 있었다.
청약 경쟁률은 치솟고 있다. 올해 아파트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27.4대 1로 나타났다. 시세 차익만 수억 원에 달하는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7대 1로 가장 높았다. 특히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 ‘서초자이르네’ 등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한편 오는 2021년에도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 예정인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는 주로 재개발·재건축 단지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는 단지들이 상당수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만큼 청약 열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분양 예정 5만 9,539가구 중 2만 4,400가구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아파트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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