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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매각 결정' 요기요...적자와 2위, 두 변수에 흥행 갈린다

배달의민족 GMV 배수 적용하면 몸값 1조 중반

지난해 적자 588억원이 흥행 '발목'잡을 가능성

쿠팡·카카오·네이버 등 유력 인수후보에

兆 단위 펀드보유 해외 PEF 맞불 놓을 듯





국내 배달앱 2위 사업자인 요기요가 매물로 나오면서 벌써부터 인수합병(M&A)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배달업 후발주자인 쿠팡과 카카오, 네이버 등이 유력 인수후보로 떠오르는 가운데 수조 원 단위 블라인드 펀드로 무장한 사모펀드(PEF)가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전히 적자기업인데다 예상 몸값도 1조 원을 훌쩍 넘어 국내 PEF의 참여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는 공정위가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구조적 조치를 담은 심의 의결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는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의 의결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배달앱 2위 사업자인 요기요가 매물로 나오면서 M&A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과 카카오·네이버 등이다. 쿠팡은 쿠팡이츠를 통해, 카카오는 카카오 주문하기 서비스를 통해 배달앱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바 있다. 네이버는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달대행 서비스인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의 최대주주(20.68%)이기도 하다. 여기에 수조 원대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 대형 PEF 등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한 대형 PEF의 관계자는 “이미 자리를 잡은 플랫폼 기업인만큼 인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라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 PEF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흥행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몸값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앱 시장의 전체 거래금액은 9조2,950억 원이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 등 DH가 운영하는 배달앱의 연간 거래액(GMV) 기준 시장 점유율은 99.2%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배달의 민족이 78.0%(7조2,500억 원), 요기요는 19.6%(1조8,200억 원), 배달통·푸드플라이 등은 1.6%(1,500억 원)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연간 거래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요기요의 적정 매각가격은 1조 원 중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통상 플랫폼 기업의 경우 현금흐름이 아닌 연간 거래액을 기준으로 기업가치(EV)를 측정한다. 지난해 12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할 때 들인 금액은 4조7,500억 원이다. 배달의 민족 연간 거래액이 7조2,5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GMV 대비 기업가치 배수는 0.66배. 이를 요기요의 연간거래액(1조8,200억 원)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가 1조2,000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배달통과 푸드플라이를 거느린 DHK 지분 100% 매각할 경우 몸값은 1조3,000억 원 가량. 여기에 올해 들어 코로나 19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거래액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예상 매각가가 1조원 중반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배달의 민족과 달리 요기요가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은 몸값을 낮추는 요인이다. DH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HK는 4,391만 유로(한화 588억 원)의 당기순손실(Net Income)을 기록했다. 2017년(785만 유로)과 2018년(35만 유로)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들어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PEF 등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 경쟁에 뛰어들긴 쉽지 않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통상 짧게는 5년 길게는 7~10년이라는 시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적자가 이어지는 유니콘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긴 쉽지 않다는 것. 실제로 2015년 소셜커머스 기업 티켓몬스터를 인수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번번이 기업공개(IPO)와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또 다른 주요 PEF의 한 관계자는 “2위라고는 하지만 배달의 민족이라는 압도적 사업자가 있는 시장에서 PEF가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나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국내 PEF의 경우 참여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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