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외주 제작업체의 주가가 날아올랐다. 최근 ‘스위트 홈’의 흥행몰이로 이목을 끌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253450)부터 에이스토리(241840)·팬엔터테인먼트(068050) 등 중소형 제작사까지 탄탄한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확대에 기인한 실적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코스닥 시장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전일 대비 0.33% 하락한 9만 1,5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날 약보합세로 마감했지만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달 초부터 13.95% 올랐다.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스위트 홈’의 흥행으로 경쟁력 있는 작품 제작 능력을 입증한 것이 호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그간 ‘킹덤’ 등 국내 드라마는 아시아 일부 국가에 한정된 성과를 보였지만 ‘스위트 홈’은 이달 25일 기준 넷플릭스 본고장인 미국에서 3위에 오르며 외연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평가다.
조태나 흥국증권 연구원은 “스위트 홈이 미국 순위권에 들었다는 것은 한국 콘텐츠가 미국 드라마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다는 의미”라며 “앞선 ‘아스달 연대기’의 실패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헐리우드에는 수백억 원 규모의 실패작도 수두룩하며, OTT 업체가 제작사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훌륭한 레퍼런스’ 유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스위트 홈’으로 거둔 이익은 60억 원 가량으로 확정된 상태지만 이번 작품이 미국 진출 발판 역할을 하며 향후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제작사의 오름폭은 더욱 가파르다. 이날 드라마 ‘시그널’과 ‘킹덤’을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이달 초 대비 191.05% 급등한 3만 7,400원에 마감했으며, NEW(160550)(68.30%), 팬엔터(97.21%) 등 콘텐츠 제작업종의 주가가 일제히 솟구쳤다.
OTT 시장 확장에 따른 드라마 제작 수요 증가로 외주 제작사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국내 시장은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이 과점하고 있었지만 지난 24일 쿠팡이 ‘쿠팡 플레이’를 출시하며 OTT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까지 내년 국내 시장 출격을 예고하면서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제작사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OTT 업체의 수주가 증가에 따라 연평균 1~2편에 불과했던 에이스토리의 제작 편수는 내년 6편 이상으로 늘어난다”며 “드라마 제작 수요 증가 수혜에 힘입어 외주 제작사에 대한 재평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한국 콘텐츠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인도의 OTT 시장의 팽창도 투자 포인트로 지목된다. 이달 4주차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넷플릭스 시청 순위에는 한국 콘텐츠가 각각 3편, 5편이 올라 있다. 지적재산권(IP)을 플랫폼이 아닌 제작사가 보유하는 수익 모델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일시적인 가격 부담은 높아진 상태다. 이달 7일 흥국증권은 에이스토리의 목표주가로 2만 5,000원을 내걸었지만 한달 새 주가가 200% 가까이 급등하면서 현 주가는 이보다 50% 가량 높다. 이날 한국거래소 가격 급등에 따라 에이스토리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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