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의 글로벌 매출이 10년 새 2배 넘게 성장해 올해 역대 최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팹리스 분야에선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에 그치지만, 정부는 향후 5년 내 이를 5%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30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0년 635억달러(약 69조1,706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팹리스 기업 매출은 올해 1,300억달러(약 141조6,090억)를 기록해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팹리스 기업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02년 13%에 불과했지만,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 올해에는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의 32.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반도체 기업은 설계만 하는 팹리스와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 설계·제작을 함께하는 종합반도체(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등으로 나뉜다. 업계에서는 시스템반도체 기술 고도화로 설계와 생산 영역의 전문화·분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퀄컴과 엔비디아, AMD 등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의 성장이 전체 글로벌 팹리스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이 분류되는 종합반도체(IDM) 기업들의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2,657억달러(약 289조4,536억원)로 예상됐다. 2010년 매출액 2,042억달러(약 222조4,555억원)에서 약 30% 증가한 수준이다.
절대적인 매출액은 종합반도체 기업이 팹리스보다 2배 가까이 많지만, 지난 10년간 매출 증가율은 팹리스가 종합반도체보다 약 3배 높았다. IC인사이츠는 “팹리스 기업은 향후 5년간 30%대 초반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1%로, 미국(55%)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다만, 국내 종합반도체 기업은 29%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였지만 팹리스 점유율은 대만(17%), 중국(15%)보다 한참 낮은 1% 수준이었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국내 팹리스는 우수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기술 투자 부담, 재무건정성 악화, 중국 기업과 가격경쟁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부는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미래차, 바이오헬스 분야와 함께 ‘빅3’ 혁신사업으로 정하고, 각 분야 글로벌 1위 경쟁력 달성을 목표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올해 1.6% 수준인 팹리스 세계시장 점유율을 2022년까지 2%로 높이고, 2025년까지 5%로 확대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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