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구(舊) 실손보험과 표준화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10%가량 인상될 예정인 가운데 종신보험료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사들이 내년 초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예상운용수익률)을 인하하면서 보험료가 약 5~10% 인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의 예정이율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ABL생명은 내년 1월 유니버셜 종신보험, 간편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2.50%에서 2.25%로 0.25%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오렌지라이프는 변액종신보험(일반형) 예정이율을 2.85%에서 2.50%로, 변액종신보험(생활자금·보증형)은 2.60%에서 2.30%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KDB생명·DB생명·흥국생명 등도 내년 예정이율 인하를 앞두고 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는 늘어난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내리면 보험료는 5~10%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가입자 입장에서는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기존 가입자와 같은데 보험료 부담이 5~10% 커지는 것이다. 다만 기존 계약자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예정이율대로 보험료를 내면 된다.
앞서 대형 생보사들이 예정이율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중소형사들도 뒤따르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종신보험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인하했으며, 3개월 만에 추가로 0.25%포인트 내렸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올해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떨어뜨렸다. 1월 출시한 ‘삼성생명GI플러스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은 1.9%까지 떨어지면서 생명보험 상품 중 처음으로 1%대 예정이율이 적용되기도 했다. A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먼저 예정이율 인하를 단행한 후 소형사들이 상품 경쟁력을 위해 지금에서야 낮추고 따라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생보사들이 줄줄이 예정이율을 내리는 것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의 영향이 크다. 보험사는 자산을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자산수익률을 높이는데 저금리 기조로 이차역마진 리스크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이지만 대부분 생보사들의 예정이율은 이보다 2%포인트가량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10월 말 내년도 평균공시이율을 3년 만에 0.25%포인트 낮춘 2.25%로 확정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2016년부터 직접적인 가격통제 수단이던 표준이율을 폐지하고 평균공시이율제도를 도입했다. 평균공시이율은 과거 1년에 대한 자료이지만 각 보험사의 다음 해 사업 계획과 예정이율에 참고 자료가 된다. 평균공시이율은 보험사별 공시이율을 매월 말 보험료 적립금 기준으로 가중평균한 이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대형사들이 내년에 추가 예정이율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높다. B 보험사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인 만큼 내년도에 더 많은 보험사들의 예정이율 인하가 이어질 수 있다”며 “예정이율 조정은 통상 신상품이 나오는 1월이나 4월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각사 상황에 따라 조정을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정이율을 내리면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험료가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무조건 예정이율을 내리기보다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