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금융시장에는 긍정적 요소들이 많아 보인다. 내년 2·4분기부터는 효과가 입증된 코로나 백신의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이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비롯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뚜렷한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내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양호한 성과를 보일 것이다. 특히 신성장 산업의 선두 기업들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다만 높아질 법인세 부담을 매출 상승으로 상쇄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무엇보다 잘 따져봐야 한다. 기술 기업에서 신재생에너지 및 녹색 인프라 관련 기업으로 최선호 업종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자.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면 경제회복 기대감이 커져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보다 높아질 수 있다. 앞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본격화되기까지 주식시장은 25%의 상승 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올해 발생한 이연 수요와 재고 확충, 그리고 비용 절감 등에 힘입은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기업 이익은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언택트(비대면)와 콘택트(대면) 섹터 간의 비중 및 밸류에이션의 불균형도 좁혀질 것이다. 현재 글로벌 대형 기술주들은 더 엄격한 규제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상원을 계속 장악할 경우 규제 위험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유로존에서는 주요 기술 기업의 독과점 행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이에 기술 기업의 성과는 중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 우량한 재무 상태, 그리고 사회 구조적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사회 구조적 변화에는 녹색 경제 전환, 5세대(5G) 기술의 보급, 온라인 쇼핑 및 e모빌리티의 성장 등이 포함된다.
채권의 경우 유로존 주변국 국채와 미국·유로존의 투자 등급 회사채에 가장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중앙은행의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이며 2021년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회사채 시장 전반에 온풍이 불어올 것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을 선호한다. 특히 유럽 시장을 톱픽으로 꼽는데 내년 유럽 시장의 예상 이익 성장률은 글로벌 평균의 2배인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과 유럽 간 무역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유럽 시장에 긍정적이다. 유로존은 미국보다 재정 절벽으로 인한 역풍도 적을 것이다. 또, 유럽연합의 경제회복기금은 추가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번 팬데믹 사태로 얻은 또 한 가지 교훈은 책임 투자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는 점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원칙을 적용한 펀드에는 4월부터 6월까지 7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그린 본드와 같은 지속 가능 채권 시장의 성장도 책임 투자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2021년 금융시장은 여러 변수로부터 복합적 영향을 받겠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 때 내년 금융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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