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패션·뷰티 업계는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옷을 구매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고 마스크 착용과 재택근무로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도 크게 떨어졌다. 대신 비대면 소비문화의 확산으로 온라인 패션 전문 플랫폼들이 성장세를 보였고, 나만의 제품을 찾는 구매 욕구와 함께 한정판 리셀 시장이 흔들리지 않는 저력을 보였다.
30일 서울경제는 올 한해 국내 패션·뷰티 트렌드를 아우르는 키워드로 ‘H.O.M.E.’을 꼽았다. H.O.M.E.은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이 찾았던 ‘홈웨어(Home-wear fashion)’ △무신사·지그재그 등 비대면 소비 여파로 급격히 성장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Online fashion platform)’ △마스크 착용으로 색조 대신 기초나 아이메이크업 제품이 인기를 끌었던 ‘마스크 메이크업(Mask-makeup)’ △스니커즈 리셀 열풍과 함께 주목받았던 한정판(limited Edtion)의 영문 알파벳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집(Home)에 갇힌 듯 했던 패션과 뷰티 산업의 정체도 의미한다.
우선 재택근무나 원격 수업 등으로 집 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편의점같이 집 근처만 잠깐 나갔다오는 게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외출복 대신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에 주목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11월 파자마 매출이 전년 대비 153.8% 늘었고,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홈웨어 매출이 22.5% 증가했다. 쌍방울의 경우 올해 9~11월 파자마와 이지웨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4% 상승했다. 이랜드의 스파오 역시 9~11월 파자마 매출이 180% 늘었다. SPA 브랜드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들도 홈웨어 대전에 참전했다. 디올은 파자마와 배스 가운 등 라운지웨어로 구성된 캡슐 컬렉션을, 샤넬은 2021 크루즈 컬렉션에서 파자마룩을 공개했다.
홈웨어의 성장과 외출복 매출의 하락으로 오프라인 패션 매장들은 맥을 못 추는 한 해였다. H&M이나 유니클로 등 주요 SPA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들이 잇달아 철수했으며, 대신 비대면 소비문화의 확산으로 온라인 플랫폼들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캐쥬얼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무신사의 올해 거래액은 약 1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등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에 대형 패션 기업들도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F의 골프웨어 더블플래그와 유니섹스 캐주얼 프라이데이 미드나잇, 삼성물산 패션부문 비이커의 비언더바, 한섬의 레어뷰 등이 있다.
뷰티 업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매일 마스크를 써야 해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뷰티 업체들은 최악의 부진을 겼었다. 대신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완화하기 위한 기초화장품에 수요가 집중됐다. 마스크에 묻지 않는 가벼운 메이크업이 대세가 되면서 메이크업 지속력을 높여주는 세럼이나 수분크림, 선스틱 등이 많이 팔렸다. 또 마스크를 써도 눈 부위는 노출되기 때문에 눈썹이나 아이라인, 아이쉐도우 등 눈을 강조할 수 있는 제품도 주목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타격을 받지 않은 무풍지대도 있었다. 바로 희소성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한정판 리셀 시장’이다. 특히 한정판 스니커즈의 인기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며 일명 ‘스니커테크(운동화+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지드래곤 운동화’로 알려진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21만원인데 리셀가는 최고 1,300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에 각종 업체가 잇달아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크림’을 선보였고, KT 자회사 KT엠하우스도 스니커즈 리셀 모바일 앱 ‘리플’을 론칭했다. 또 무신사도 지난 7월 한정판 리셀 전용 앱 ‘솔드아웃’을 출시했고, 서울 성수동에 오프라인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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