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전 세계적으로 게임 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3N(넥슨·엔씨소프트(036570)·넷마블(251270))’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는 물론 중견·중소 게임사들도 다양한 신작 게임을 앞다퉈 내놨고, 이러한 ‘K-게임’은 일본·대만 등 아시아권을 넘어 북미·유럽에서도 인기를 끌며 글로벌 위상을 높였다. 한·중 관계가 개선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版號·영업권)’가 발급됐으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때 자녀 공부를 방해하는 천덕꾸러기로만 취급됐던 게임은 2020년 가장 주목받은 산업 중 하나가 됐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이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인 앱애니 기준 1년 만에 25% 급성장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국내 게임사들도 게임 흥행에 성공하며 실적 개선의 기쁨을 맛봤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지속적인 인기를 이어가며 올해 90조원 규모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7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위를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중화권 인기 게임인 ‘크로스파이어’와 더불어 ‘로스트아크’로, 펄어비스(263750)는 ‘검은사막’과 출시를 앞둔 ‘붉은사막’ 등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롤플레잉 게임) 신작으로 중화권은 물론 북미·유럽도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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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지적재산권(IP) 기반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은 국내 모바일게임 중 매출 1위를, 넥슨과 넷마블은 신작 모바일 MMORPG인 ‘V4’와 ‘A3: 스틸얼라이브’로 일본·대만을 포함한 140~170개국에 진출해 인기를 끌었다. 넷마블은 지난 분기 해외 매출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 대형 게임사인 ‘3N’은 올해 매출을 지난해 대비 17~41%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9%로 성장했고, 지난해 기준 64억달러(약 7조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게임 산업이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16%를 책임진 것이다.
중소·중견 게임사의 활약도 돋보였다. 웹젠(069080)은 ‘R2M’과 ‘뮤 아크엔젤’을 선보였고, 위메이드(112040)는 ‘미르4’를 통해 앱 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했다. 위메이드는 올해 비대면으로 개최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메인 스폰서를 국내 기업으로서는 3년 만에 맡기도 했다. 또 다른 중소게임사인 넵튠(217270)이 지난 10월 사전 출시한 PC게임인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은 스팀 동시 접속자 수 5만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흥행을 예고했다.
게임산업이 주목받으면서 기쁜 소식도 잇따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표적 여가 문화이자 고부가가치 수출 효자 산업”이라고 선언하며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는 문화 콘텐츠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게임업계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업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카카오게임즈(293490)는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60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한국 리그 소속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프로 팀 ‘담원 게이밍’은 글로벌 최대 e스포츠 행사인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한국 e스포츠의 저력을 증명했다.
꽉 막힌 판호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했으나 결국 또 한번 해를 넘기게 됐다.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한 직후인 지난 2일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아레나’가 그 주인공이다. 다만 사태가 종국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대중국 수출길에 대한 국내 게임사들의 시름은 이어졌다. 넥슨은 지난 8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를 예정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중국산 스타일링 게임인 ‘샤이닝니키’가 한복을 둘러싼 역사적 논란 끝에 한국에서 철수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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