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말은 굳이 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입니다. 정부 내에서 수출을 담당하는 곳은 ‘실물 경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입니다. 매달 수출 실적을 발표하는 곳도 산업부지요.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021년 신축년 신년사를 통해 “새해 수출을 확실하게 플러스로 전환시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만큼, 올해에는 코로나 19 영향에서 벗어나 반드시 반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성 장관은 2020년 경자년 신년사에서도 “수출 조기 플러스 전환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년 연속 신년사에 새길 만큼, 수출 반등은 성 장관뿐 아니라 정부 전체적으로도 올해 꼭 이뤄내야 할 과업이라는 절박함이 엿보입니다.
2020년 수출 -5.4% 2년 연속 역성장
마침 산업부는 새해 첫날인 오늘(1일) 지난해 12월과 한 해 전체 수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 수출이 총 5,128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4% 감소했습니다. 품목별 수출을 살펴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비대면 활동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은 각각 전년 대비 5.6%, 57.2% 증가했습니다. 바이오헬스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으며, 이차전지 수출은 75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5년 연속 최고액을 경신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514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해 직전인 11월 4% 증가에 이어 2개월 연속 플러스를 유지했습니다. 조업일수 영향을 감안한 일 평균 수출액은 21억4,000만달러로 1년 전 대비 7.9%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수입은 4,672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7.2% 감소했으며, 무역수지는 456억2,000만달러를 나타내 1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네요.
수출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부진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2019년 한 해 총 수출은 5,424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인 2018년 대비 10.3% 감소, 2016년 이후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 탓에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수출 의존도는 2019년 32.94%로 2007년(31.68%)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이후 2020년 초 숨을 돌리나 싶던 수출은 곧바로 코로나 19라는 전례 없는 악재와 맞닥뜨리며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죠. 수출은 지난해 3월 -1.7%를 나타내며 코로나 19 영향권에 접어들더니 다음 달인 같은 해 4월과 5월 무려 -25.6%, -23.8%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수출은 이후에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지난해 9월 7.3%, 10월 -3.8%, 11월 4% 등 코로나 19 확산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반등 기미... 대외 여건이 변수
올해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여전히 최대 변수는 코로나 19입니다. 현재 주요국에서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 19 타격은 시간이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국 수출에 긍정과 부정적인 요인을 동시에 안겨줄 것으로 관측됩니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가 일관했던 ‘미국 우선주의’, 예측 불허의 ‘통상 공세’에서는 한 발 물러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은 전보다 나아지리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4년간 약 4조달러, 약 4,30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정 지출을 계획하고 있어, 이는 결국 달러 약세, 원화 강세로 이어지며 환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환율 하락은 수출에 부정적입니다. 수출량은 늘어나더라도 수출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총수출 규모가 3.4%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부는 수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입니다. 성 장관은 신축년 신년사를 통해 “무역금융 공급과 디지털 무역 확대, 수출 물류 적체 등 현장 애로 해소를 통해 수출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