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 남미 일부 국가에서 긴급 사용 승인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백신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아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가격이 저렴하고 운송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코로나19에 대응할 가장 유력한 백신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는 상태다.
“구체적·명확한 자료 없어”…화이자·모더나 대비 효과 낮다 |
EM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조건부 판매(긴급사용) 승인을 위해서는 이 백신의 품질, 안전 및 효능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평가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보도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엘 와션 EMA 부청장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내년 1월 안에 조건부 판매 승인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투여량에 따라 예방률이 달라지는 ‘고무줄 면역효과’와 핵심 데이터 미흡 등으로 논란이 됐다.
미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승인 시점을 당초 예상한 시점보다 두 달가량 늦춰 내년 4월로 예상했다.
미국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미국인에게 한 백신은 예방률이 95%인데 다른 백신은 ‘X 퍼센트’(미지수)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다른 일정과 다른 재료로 이뤄진 다른 임상시험들을 합산한 숫자가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숫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 효과가 사실상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임상시험에서 고령자가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화이자 백신은 면역 효능이 95%, 모더나는 94.5%에 달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평균 70.4%로 떨어진다.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은 “우리는 지속해서 당국에 자료를 제출했으며 공식 조건부 판매승인을 받기 위해 EMA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 손쉬운 유통이 장점...활용 가능성 충분 |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세계를 지배할 백신’이 될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섭씨 2∼8도의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최소 6개월간 백신을 운송·보관·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초저온인 섭씨 영하 70±10도를 유지하면서 운송해야 한다. 또 모더나는 백신이 섭씨 영하 20도에서 6개월간 안정적이며 2~8도에서도 30일간 안정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비해 저렴해 개발도상국 등으로의 유통도 수월하다는 기대를 모은다.
미국에서의 계약을 기준으로 화이자 백신 2회분의 가격은 29.47 파운드(약 4만3,000원)다. 모더나는 대규모 주문 시 가격이 내려가지만, 일단 1회분에 23.99∼27.74 파운드(약 3만5,000∼4만1,000원)에 달해 가장 비싸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EU가 1회분을 2.23 파운드(약 3,300원)에 구입하기로 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가격이 10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내년까지 백신 목표 생산량을 30억도즈로 발표했다. 1인 2회 접종해야 함을 고려할 때 세계 인구의 약 5분의 1이 맞을 수 있는 양으로 전세계적으로 계약 물량이 가장 많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스티븐 에번스 교수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긴급 사용 승인과 관련해 “세계에 아주 좋은 뉴스”라며 “이 백신은 국제사회의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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