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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소재 발원 난망…엘아이에스 '1조 마스크 수출 번복'

계약 관계자들 서로 향한 소송 예고

"계약서상 흠결 없어 공시 게재해"

"공시, 보증된 사실 아님에 유의해야"

사진=엘아이에스 홈페이지 캡쳐화면




지난 12월 23일, 국내 자본시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1조 원 규모에 육박하는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 엘아이아에스가 일주일 만에 해당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16일 엘아이에스(138690)는 글로벌 제지기업 더블에이(Double A)에 9,817억 원 규모의 마스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22일 한국 더블에이 지사가 “계약을 맺은 적 없다”고 선을 그으며 계약의 실재가 미궁에 빠졌다. 한국 더블에이가 계약 사실을 부인한 지 하루 만에 엘아이에스는 “계약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며 “한국 더블에이로부터 ‘태국 본사와 계약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계약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고점에서 물린 개인 투자자는 누구보다 당혹스럽다. ‘1조 수주 공시’가 게재된 지난 16일 장중 엘아이에스의 주가는 1만 3,550원까지 솟아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이날 1만 1,550원에 거래를 끝냈다. 하지만 ‘계약 철회’에 엘아이에스의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지며 지난 30일 5,820원에 마감했다. 지난 15~22일까지 엘아이에스의 주가는 34%가량 급등했는데 이 기간 개인은 엘아이에스의 주식을 83억 원어치 사들였고, 같은 기간 기타법인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74억 원의 매도 물량이 출회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공시 전후 부정 거래로 의심을 살 만한 내용을 발견해 이에 대해 감시를 벌이고 있다.


엘아이에스→중개업체→태국 브로커, 줄소송 예고



23일 엘아이에스의 단일판매ㆍ공급계약 철회 공시의 내용./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계약이 철회된 지 수일이 흘렀지만 이번 참극에 대한 책임은 관련자 사이를 순환하면서 진상규명은 요원한 상태다. 엘아이에스는 계약 중개업체인 윤준코퍼레이션을, 윤준코퍼레이션은 태국 거주하는 브로커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시사했다.

우선 계약 당사자인 엘아이에스 측은 계약 중개업체인 윤준코퍼레이션에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엘아이에스 측 관계자는 “법적인 대응을 준비 중이라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윤준코퍼레이션은 해당 계약으로 인해 자신도 피해를 보았으며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려 태국의 브로커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윤준코퍼레이션의 관계자 A씨는 태국의 브로커 B씨를 통해 계약 상대인 더블에이를 소개받았으며 계약 과정에서 더블에이와 접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건넨 문서 등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며 중간에 변형한 것도 일절 없다”며 “엘아에이에스가 내게 소송을 건다고 하니, 나도 B씨를 고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B씨와는 소통이 이뤄지고 있지만 계약 당사자인 더블에이와 연락이 끊긴 상태다. A씨는 “지난주부터 더블에이 직원이라고 밝힌 계약 상대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B씨가 태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며 “해당 계약을 통해 얻은 금전적 이익은 전혀 없으며 (자신이 허위 오더의 가담자로 몰리는) 현 상황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엘아이에스 관계자와 함께 B씨가 더블에이 로고가 박힌 태국 본사의 로비에 들어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했으며, 큰 계약이니 상장회사인 엘아이에스가 자체 검증을 마쳤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며 상대를 신뢰한 이유를 밝혔다.


"계약서상 흠결 없어...재무제표·주소 등 모두 일치"

그렇다면 엘아이에스는 어떻게 한국거래소의 검증을 통과하고 수주 계약을 공시까지 할 수 있었을까. (거래소는 공급 계약 공시 전 계약서의 형식적 진위를 검토한다.) 이에 거래소는 엘아이에스가 제출한 계약서, 증빙자료상 흠결은 없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공시 전 상장사의 사업목적과 계약 상대의 이행능력 여부를 검증하는데, 엘아이에스의 사업 보고서상 사업내용에 해당 계약이 부합했으며 계약 상대의 재무제표·주소·연락처가 모두 글로벌 제지기업 더블에이와 일치하는 등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거래소 측은 “상장사로부터 공급 계약서를 받으면 15분 이내 공시를 내보내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계약은 워낙 규모도 크고 검토할 내용이 많아 몇 시간이 소요됐다”며 “엘아이에스의 경위서를 토대로 불성실공시위원회가 징계의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정상 거래소가 엘아이에스에 내릴 수 있는 최대 징계는 불성실공시법인 벌점 12점과 그에 따른 5,000만 원 미만의 제재금 부과다.


공시, 개런티된 내용아냐...형식적 요건 검토 그쳐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공시가 안내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무결한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가 따지는 내용은 형식적 요건을 판단하는 수준에 그치며 계약의 실재 여부의 파악까지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즉, 한 상장사가 악한 의도를 품고 소위 ‘가라 공급 계약서’와 증빙 서류까지 완벽히 꾸며내 첨부한다면 그것까지 솎아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주 계약은 계약 체결 후 2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데, 해당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고 검증을 지속하면 금융당국이 회사에 불성실공시법인을 조장하는 꼴이 된다”며 “거래소에는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공시가 ‘100% 사실’이 보장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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