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수출입물량의 99%가 오가는 항만 산업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항만 시설 확충은 물론이고 자동화 등 스마트 해상물류 기반을 마련해 항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국가계획을 향후 10년 동안 추진할 예정이다.
2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제4차(2021~2030) 전국 항만기본계획’을 고시했다. 항만기본계획은 ‘항만법’에 따라 해양수산부 장관이 수립하는 항만 관련 최상위 국가계획이다. 전국 31개 무역항과 29개 연안항 개발과 운영의 기준이 된다.
기존에 나왔던 항만기본계획이 항만 처리 능력을 키우고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규모를 늘리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4차 항만기본계획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자동화와 디지털화다. 10년 동안 37조1,000억원을 투자해 12억5,000만톤 수준인 국내 항만의 하역능력을 16억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54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광양항부터 항만 자동화 기술 도입
핵심은 자동화다. 해수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선박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자동으로 내린 뒤 화물을 쌓아두는 장치장까지 자율운행기술을 이용해 옮기는 항만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항만자동화 기술을 국산화한 뒤 2026년부터 광양항에 4선석 규모로 컨테이너 부두를 구축해 기술을 검증한다. 기술이 검증되면 부산항 제2신항(진해신항)을 스마트항만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안벽 크레인부터 이동차량, 야드 크레인까지 전체가 자동화될 경우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화물 선·하역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 등 일부 항만은 완전자동화를 통해 작업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해수부는 일자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화 항만은 신규 항만을 중심으로 구축하고 기존 부두는 노사정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직무전환을 위한 기술 교육, 이전 배치, 부두 간 고용 승계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항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박입출항 등 실시간 상황이나 검역·통관 등 화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물류 연계망도 만든다. 항만에서 선박 도착 시간이나 출발 시간 등을 파악해 작업 준비를 미리 마치고, 작업 완료시점까지 정확히 파악하면 자투리 시간이 단축돼 효율성이 높아진다.
진해신항 예타 탈락에도 지속 추진
이번 항만기본계획은 디지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GVC) 재편에 대응할 수 있도록 권역별 특화된 항만개발 전략도 마련했다. 전 세계적인 선박 대형화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해 ‘부산항 제2신항(진해신항)’을 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선박까지도 접안할 수 있는 대수심, 대용량, 자동화 부두로 만들 계획이다.
해수부는 경남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으로 꼽힌 진해신항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재정평가위원회가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수요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단계별로 예타 조사를 받으라고 제언한 만큼 사업을 2개 단계로 나눠 예타 조사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12조4,000억원 규모로 추진 예정이었던 전체 15개 선석 가운데 1단계로 8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9개 선석부터 준비하기로 했다.
‘배후 활성화’ 광양항·‘對 중국 강화’ 인천항
광양항은 배후산업과의 연계성을 강조한다. 지역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배후 부지를 충분히 확충해 산업을 활성화하고 물동량을 만들어 항만을 개발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항만 자동화를 가장 먼저 도입해 운영효율성을 높인다. 석유화학과 물류 뿐 아니라 신산업에 뛰어드는 기업을 유치해 친(親) 도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저장·발전시설, 태양광발전설비, 수소에너지 저장시설 등 에너지 클러스터도 구축하기로 했다.
인천항은 대(對)중국 수출입 화물처리를 위한 물류거점항만 역할을 강화한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안정적인 물류 공급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수도권에 소비재를 공급할 수 있는 물류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평택·당진항도 자동차·잡화·양곡화물 처리와 배후 산업단지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 수도권 산업을 지원한다.
기존 항만에 대한 재개발 계획도 포함됐다. 노후화된 항만공간을 지역의 경제·산업·문화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부산항 북항, 인천 내항 1·8부두, 광양항 묘도·3단계투기장 등 14개 항만에 대해 지역 특성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항만재개발을 실시한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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