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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배달비의 민족

박민주 생활산업부 기자





“내일부터 배달 요금 올릴게요.”

지난 1일 밤 12시. 새해 첫날부터 밤늦게까지 배달할 음식을 요리하던 족발집 사장 A 씨에게 배달 대행업체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새해 첫날 덕담 대신 요금 인상 소식을 먼저 듣게 된 A 씨는 조리 도구를 내려놓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2021년을 이렇게 쓴웃음으로 시작한 자영업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배달 대행업체들은 1월 1일부터 기본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500원 인상했다. 날씨와 거리 할증까지 붙는 날에는 최대 1,000원까지 올라간다. 배달비가 오른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배달 주문 증가와 배달 기사 부족, 배달 애플리케이션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 배달 앱의 프로모션 지출 증가 등 복합적이다.



자영업자들은 이제 음식을 팔아도 배달비로 더 나가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배달 앱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에 광고료와 중개 수수료를 내고 배달 대행업체에 배달비를 지급하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배달 앱에서 1만 7,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음식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3,844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배달비가 추가로 인상되면 마진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배달을 포기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방문 외식에 발길이 끊기면서 대신 배달 앱 외식 시장은 연 10조 원 규모로 훌쩍 컸다. 정부의 외식 지원 쿠폰도 배달 앱을 중심으로 집행되고 있어 자영업자들에게 선택지는 없다. 결국 배달비 인상의 여파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가 배달비 인상분을 온전히 떠안기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음식값이나 최소 주문 금액을 올릴 수밖에 없다.

배달 대행업체와 배달 앱 업체들은 수요 증가 대비 공급이 달리니 배달비 인상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배달 기사가 부족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배달 기사 부족에는 배달 앱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배달 기사들에게 각종 보너스를 주며 업계 웃돈 경쟁을 일으킨 것도 한몫했다. 비대면 소비 증가로 배달 서비스가 자영업자는 물론 국민들의 밥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상생과 균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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