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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1·4후퇴’ 70주년에 돌아보는 한중 관계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中 전시회·드라마·영화 상영 등

지난해부터 한국전쟁 크게 부각

분단 고착화 인식 등 변화없다면

한중관계 진정한 개선은 어려워





올해 1월 4일은 한국전쟁에서 한국이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서울을 포기한 이른바 ‘1·4후퇴’의 70주년 되는 날이다. 우리 국민의 기억에서는 다소 희미해진 비극이지만 최근 중국에서는 특별한 날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물론 중국은 미군을 몰아내고 서울을 ‘해방’시킨 날로 기억하려 한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전쟁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측의 표현으로는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다. 미국에 맞서 조선(북한)을 도왔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항미원조 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을 시작으로 잇단 기념행사·전시회 등과 함께 드라마·영화 등을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현재 한창 방송되는 드라마로는 지난해 12월 27일 시작된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채널1의 ‘압록강을 건너다(跨過鴨綠江)’가 있다. 총 40회 예정으로 방송사 측이 300여 명의 배우와 4만여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했다고 광고하는 대작이다.

드라마는 사실상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 공산당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전쟁은 북한 측의 입장에 따라 ‘조선전쟁’으로 불리며 북한은 조선 반도의 완전 해방을 추구했고 미 제국주의자들이 불법 개입하자 중국이 정의와 우의를 위해 도와줬다고 그려진다. 그리고 이런 거짓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많은 왜곡이 행해진다. 전쟁 발발 한 달여 전인 5월에 북한 김일성이 직접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에게 남침 지원을 요청한 일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 정부와의 직접 충돌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한국 외교가는 중국 측이 최근의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반격으로 항미원조 전쟁을 부각시킬 뿐이라고 인식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 아쉽다. 이런 드라마를 보는 한국인으로서는 불편한 심기를 억누르기 힘들다.



중공군은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건넜고 이어 25일 북진 중인 한국군 6사단과 평안북도 운산에서 첫 전투를 벌여 승리했다. 10월 25일은 현재 중국 항미원조 전쟁의 공식 참전일이다. 이후에도 중공군은 한국군과 미국 등 유엔군을 남쪽으로 밀어붙여 결국 서울까지 점령하는데 이날이 1951년 1월 4일이다. 전쟁은 3년 이상 계속됐다 .

항미원조에서 승리를 주장하는 중국 측을 보면 분명히 한국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조만간 방한이 예정돼 있다는 시진핑까지 직접 나서 항미원조 전쟁이 “정의·평화의 승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선전 작업은 일반 개인들의 사고까지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일부 중국인들의 방탄소년단(BTS) 등 한국 연예인 및 문화에 대한 공격을 볼 때 잘못된 관념이 고착될 수 있음이 우려된다.

2019년 개봉해 중국 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 영화로 ‘유랑지구’가 있다. 미래에 태양이 수명을 다해 소멸하기 직전 중국 주도로 지구 자체를 움직여 태양계를 벗어나려 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시간 배경은 2075년이다. 그런데 이 중국 영화의 중간에 나오는 동북아시아 지역 지도에서 한반도에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영화 제작자는 인류 종말의 순간에도 남북한이 분단된 것으로 설정한 것이다.

70년 전 유엔 결의에 맞서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은 것은 중국이다. 지금도 북한 정권의 뒷배 노릇을 하며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고 있다. 이런 중국의 인식에 변화가 없다면 한중관계의 진정한 개선이 어렵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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