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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용쓴다 힘내라, 세상 어려운 건 금융이야!”

홍준석 금융부장

부동산發 각종 규제로 시달린 금융

코로나 지원으로 올해도 진통 예고

각종위기 겪으며 체력 다진 금융권

디지털로 무장 해외서 K금융 위력

이번 위기도 레벨업 기회로 만들길





최근 종영한 ‘쇼미더머니9’를 중학생 아들과 매회 거의 빠짐없이 봤다. 결선에 올랐던 네 명 모두 실력이 출중했는데 특히 준우승한 ‘머쉬베놈’이 인상적이었다. 충청도 사투리를 섞은 특유의 구수한 랩과 개성 강한 노랫말에 묘하게 끌렸다. 앞서 시즌8에서는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는 곡으로 이른바 ‘궁예 플로우’로 겉멋에 취한 힙합계를 질타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머쉬베놈이 몰라서 그렇지, 시끄러운 것으로 따지면 힙합은 금융권에 ‘새 발의 피’다. 수조 원 손실을 본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및 사모펀드 사태, 250조 원을 쏟아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 자산 시장을 강타한 초유의 제로 금리, 빅테크 공습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사상 최대 가계대출 급증, 관피아 부활 등 그야말로 난리 법석의 한 해를 보냈다. 랩으로 썼다면 수백 줄의 가사라도 부족하지 않았을까.

최악의 경자년을 보내고 새해가 밝았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데시벨(db)로 친다면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신용대출 규제는 굉음 수준이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을 틀어막더니 급기야 당국의 압박에 신용 좋은 사람들의 신용대출까지 애꿎게 문을 걸어 잠가 연말연시 실수요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참에 고강도 규제의 신가계대출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어서 그 파동은 상당할 듯하다.

‘배당주를 배당주로 부르지 못하는’ 은행주의 배당정책도 곧 결정될 예정인데 자본 적정성을 내세우며 배당 성향을 낮추라는 당국과 시장 기대, 주주 환원 등의 명분을 앞세운 금융지주와의 파열음은 점점 더 날카롭게 들린다.



오는 2월께 진행될 라임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은행에 대한 제재를 두고서는 곳곳에서 곡소리가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많은 은행들이 걸려있는데다 징계 당위성, 징계 수준, 법적 소송 등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사안마다 첨예하게 다툴 수밖에 없어 양측 간 고성은 불 보듯 뻔하다.

3월에 종료되는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도 조용히 끝날 성질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봉착한 판국에 당국이 앞장서 대출 회수를 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대출 만기 재연장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이자 유예는 부작용이 크다며 난색을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여권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서도 금융권은 노골적인 시장 개입이 아니냐며 날 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디지털 대전환,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화, 금융소비자법 시행 등 올해 내내 악 소리 나게 준비해야 할 이슈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인 법.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시대를 마주한 금융권은 어느 분야보다 앞서 우리 사회의 디지털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맞서 과거의 익숙함과 과감히 결별하고 넘버원 ‘금융 플랫폼’으로 무한 변신 중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신한·KB·하나·우리금융이 모바일 뱅킹 등 혁신적인 언택트 서비스를 통해 오프라인의 한계를 넘어서며 K금융의 위력을 떨치고 있다. 과거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를 극복하며 금융 체력을 담금질했던 만큼 이번 풍전등화의 상황 역시 한국 금융이 레벨 업 하는 시험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머쉬베놈의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에는 이런 가사 구절이 나온다. “용쓴다 힘내라 자식아, 세상 어려운 건 정치야.” 몇 년 전만 해도 우간다보다 금융 경쟁력이 처진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이젠 숱한 위기를 딛고 가보지 않은 길을 묵묵히 가는 한국 금융에 신축년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용쓴다 힘내라, 세상 어려운 건 금융이야.” jsh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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