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약 21년 만에 1,000 고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주가지수의 대표 격인 코스피가 역사상 처음으로 종가 3,000 선의 문턱을 넘으면서 국내 자본 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동생’ 격인 코스닥도 이를 바짝 뒤쫓아가며 상승 가도를 달리는 양상이다. 지난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로 한 차례 큰 충격을 받았던 코스닥이 출범 25주년을 맞은 올해는 지수 1,000을 원상회복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코스닥이 추가 강세를 이어가더라도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는 코스피에 속한 업종 대표주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설명도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47포인트(0.76%) 오른 988.86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약 1%만 더 오르면 ‘코스닥 1,000시대’를 맞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성장주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바이오·IT 부품 등이 중심이 된 코스닥지수는 44.6%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30.8%)을 크게 앞질렀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으로 1,000을 찍은 것은 2000년 9월 14일(1,020.70)이 마지막이다. 1996년 ‘기준 지수 1,000’으로 시작한 코스닥은 당시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 등에 힘입어 2000년 3월 2,830을 넘어서는 최고 활황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IT 버블 붕괴로 미국 나스닥이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도 2000년 말 520 선으로 주저앉는 충격을 경험했다. 2004년 코스닥 기준을 100에서 1,000으로 바꾸는 조치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수 1,000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즉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데까지 20여 년 걸렸다는 의미다.
최근 코스닥 시장을 끌어올린 것도 동학 개미의 힘이 크다. 지난해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16조 3,176억 원을 순매수했다. 사상 최대치다. 올해 들어서도 개인은 코스닥에서 1조 4,605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올해 기관은 약 1조 원, 외국인은 3,100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와 함께 강세를 더 이어갈 것으로 본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의 경우 올해 10% 안팎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데 코스닥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상승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코스닥이 1월에 특히 성과가 좋았다는 경험적 분석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2020년 1월 코스닥 평균 상승률은 약 4% 수준이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연말 대주주 양도세 등을 피한 개인 투자자의 수급이 1월 코스닥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 70조 원에 이르는 개미의 증시 대기 자금이 코스닥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8조 312억 원으로 집계된다.
다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코스피가 더 좋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즉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등으로 수출 주도형 업종들의 주가가 탄력받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 민감주들이 많은 코스피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수출 대형주들이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 수급의 관건은 외국인의 귀환으로 보고 있으며 외국인 비중이 높은 코스피가 수익률이 나을 수 있다고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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