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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뒷북경제] 결국 대기업에 'S.O,S' 친 에너지 전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 100%를 충당하는 ‘RE(Renewable Energy)100’ 제도가 국내에서도 시행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형(K)-RE100’ 제도의 시행 근거가 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통과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할 길도 열어뒀습니다. 용어도 생소한 이 이야기들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RE100’은 기업 등 민간에서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로 100% 충당한다는 일종의 자발적인 캠페인입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이 주도하고 있으며, 현재 애플, BMW, 페이스북, 제너럴 모터스(GM), 구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세계적인 기업 284개가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 방법은 직접 재생에너지 전기를 생산하거나, 아니면 발전사 또는 공급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더 클라이밋 그룹에 따르면 꼭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RE100 기준을 준수할 수 없는 국가 또는 시장은 규칙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합니다. RE100은 어쨌든 사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더 재생에너지를 많이 쓰게끔 유도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기사업법 시행령도 이 같은 원칙을 토대로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녹색 프리미엄 등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현행법상 발전사와 기업은 전력을 서로 직접 거래할 수 없지만 제3자 PPA가 도입되면 전기 독점 기업인 한국전력의 중개로 양자 간 전력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구조입니다. 대신 기업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한전으로부터 구매 시 친환경(녹색)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합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매를 희망하는 기업은 올해 구매 희망 발전량과 구매 가격을 정해 입찰하면 된다”며 “낙찰된 발전량은 참여자별로 월 단위로 배분돼 낙찰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RE100을 국내에 도입한 것일까요? 우선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국정과제로 세운 뒤 임기 내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신에너지인 수소의 경우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이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나서는 등 민간 기업 참여도가 점점 높아져 왔습니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은 상대적으로 수소보다 민간의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죠.

물론 기업에도 ‘당근’이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RE100에 참여한 만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습니다. 기업은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허용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었을 경우 다른 기업과 배출권 거래를 해야 하는데, RE100에 참여하면 이득을 보는 셈이죠. 또 탄소 감축은 선진국들이 공공연하게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실제 RE100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에 참여한 국가와만 거래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죠. 국내 기업들도 ‘RE100에 참여했느냐’ 하는 질문을 외국 바이어로부터 듣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강서구 공항고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앞에서 설명 드렸듯, RE100 참여 기업은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프리미엄을 주고 전력을 구매해야 합니다. 일반 전기보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더 비싸게 사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같은 전기를 ‘웃돈’을 주고 사야 한다면 선뜻 기업이 나서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죠. 산업부나 한전은 아직 이 녹색 프리미엄이 얼마나 될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반 가정이든, 기업이든 전기요금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당장 생산 원가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또 아직 재생에너지는 다른 발전원에 비해 발전단가가 높습니다. 기업이 지불해야 할 프리미엄이 다른 나라보다 비쌀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뜩이나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저렴하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가정용 전기료는 1kwh 당 107.8원. 산업용은 105.8원 가량으로 비슷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영향으로 지난해 주택용 전기료가 더 높았지만, 최근에는 산업용이 주택용 전기료를 역전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으로 하여금 REC를 구매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REC를 마치 주식처럼 거래를 하거나, 한전 그룹 발전사나 민간 발전사 등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RPS) 공급 의무자한테 판매해 이익을 얻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사업자들이 크게 늘어나다 보니 REC 시장에 공급 과잉이 발생했습니다. REC 가격은 지난 2018년 1월 11만원대에서 이달 3만원대로 그야말로 곤두박질 쳤죠. 따라서 민간 사업자들은 ‘RPS 공급 의무자들이 REC 구매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대형 판매처라는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미 눈치채셨을 수 있겠습니다만, RE100 참여사는 대기업입니다. RE100이 환경을 생각하는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캠페인이라지만, 프리미엄을 지불하려면 그만큼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엎친 경영난에 전기요금마저 ‘등골’을 휘게 만든다는 중소기업에 RE100 참여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죠. K-RE100은 결국 정부가 에너지 전환, 최근 또 다른 ‘미션’으로 떠오른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대기업 참여를 ‘요청’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평균가격 추이(단위: 원/REC)

△2018년 1월: 112,224

△2019년 1월: 75,218

△2020년 1월: 43,408

△2021년 1월: 36,823

*자료: 신재생 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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