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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인프라코어 매각 ‘운명의 주’...1조 DICC 소송 14일 결론

대법원, 실사 협조 의무 어떻게 판단할 지 관건

'3조 자구책' 두산그룹 구조조정에 찬물 될수도

승소해도 인프라코어 매각 작업 꼬일 수밖에

드래그얼롱 분쟁 첫 판례... 투자업계도 '촉각'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차이나(DICC) 소송의 결론이 14일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완전 패소할 경우 두산그룹은 DICC의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 20%를 최대 1조 원가량에 되사와야 한다. 두산 측이 승소하더라도 FI 측이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계획인 만큼 인프라코어 매각 작업도 꼬일 수밖에 없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극단적으로 반대였던 만큼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늘 14일 DICC의 주식 매매대금 청구소송의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 계획이다. 지난 2015년 11월 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IMM프라이빗에쿼틴(PE) 등 DICC의 외부투자자가 인프라코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꼬박 5년 2개월 만이다.

이번 소송은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돈의 향방을 결정한다. 인프라코어는 2011년 중국 자회사인 DICC에 3,800억 원 외부 투자금을 유치했다. 3년 뒤인 2014년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게 조건. 하지만 DICC의 상장은 실패했고 지분 20%를 확보했던 FI는 2014년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두산 측에 전달했고 이듬해인 2015년 이를 강행했다. 당시 해외 사모펀드(PEF) 두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매각은 인프라코어 측의 실사자료 미제공으로 무산됐고, 곧바로 외부 투자자가 주식 매매대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다. 1심에선 두산, 2심에선 FI가 각각 승소했다. 소송 가액은 7,093억 원이다.

실사 협조 의무 "있다" VS "없다"... 두산·FI, 팽팽히 맞서
가장 큰 쟁점은 DICC 매각 과정에서 두산 측의 실사 협조 의무가 있었느냐다. 통상 소수지분 투자의 경우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여러 안전장치를 둔다. 2011년 계약 당시 DICC 외부 투자자는 약속했던 IPO에 실패할 경우 동반매도청구권을, 그에 대응해 두산 측은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확보해 뒀다. 헌데 두산 측의 실사 자료 미제공으로 매각이 무산되면서 2015년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던 FI의 계획도 어긋나게 된 것. 실사 협조 의무가 있느냐 없느냐가 두산에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시 말해 FI 지분 20%를 되사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이다.

1심 재판부는 두산 측에 매각 실패의 책임이 없다고 봤다. 우선 주주 간 계약서에 두산 측이 매도자인 FI의 실사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 또 공개매각이 시작된 이후 인수 희망자의 투자 적격성을 따지는 게 이례적인 게 아닌 만큼 실사 자료 미제공이 두산 측의 매각 방해행위가 아니라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2심 재판부가 내린 결론은 전혀 달랐다. 우선 매각 대상이 FI의 지분 20%가 아닌 100%인 만큼 두산 측의 협조 없이는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또 매각 과정에서 두산 측이 FI에 요구했던 ‘진정성 있는 매수 희망자 확인’이라는 요건은 본입찰 등의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예비입찰을 진행하기도 전인 초기에 이를 고집하면서 매각 행위를 방해했다는 게 판결문의 골자였다. 통상 공개입찰을 통한 기업 매각은 ‘매도자 실사-투자설명문(IM) 배포-예비입찰-적격 예비인수후보 실사-본입찰-우선협상자 선정 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거래 종결’의 순으로 진행된다.

대법원이 매각 방해 행위를 인정하면 두산은 DICC 외부투자자 지분 20%를 되사야 한다. 주주 간 계약상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이후 매각 금액이 결정되면 그에 맞춰 두산은 지분 100%를 팔거나, 아니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야 한다. 매각이 불발된 만큼 두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우선매수권의 행사뿐이다.


7,000억 VS 3,000억... 투자 원금에 IRR 15% 적용 두고 이견 커
7,093억 원에 달하는 소송 가액을 놓고도 공방이 치열하다. 두산 측은 설사 매각 실패의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분 20%의 인수 금액은 3,000억 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2018년 2심 판결이 나온 직후 인프라코어는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공정가치로 금액을 계산하는 게 상식적이고 주주 간 계약 내용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두산이 DICC에 원금의 손실 우려가 있는 ‘지분 투자’를 한 만큼 투자 당시의 원금에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식의 계산법은 잘못됐다는 것. 당시 두산 측은 소송이 발생했던 2015년 당시 DICC의 지분 20%의 공정가치는 1,000억 원 수준이고, 2017년 실적 기준으로 봐도 3,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FI 측은 계약서에 따른 ‘합의’된 금액이라고 맞받아쳤다. 주주 간 계약서상 두산 측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시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공개 매각을 통해 최종 후보가 제시한 가격. 두 번째는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기초로 해 산출한 공정가치나 최초 투자금에 연간 내부수익률(IRR) 15%를 적용한 금액 중 큰 금액이다. 주주 간 계약서에 따라 내부수익률을 기준으로 7,093억 원을 산출했다는 것이 FI 측의 주장이다.



법원이 FI의 손을 들어줄 경우 소송 가액 7,093억 원에 민법상 지연이자율인 연복리 5%를 더한 금액이 추가된다. FI가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 두산 측이 1조 원에 달하는 돈을 물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패소는 최악, 승소해도 문제... 결론 따라 FI와 합의 가능성
관건은 상반된 1·2심의 결과를 두고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다. 두산 입장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결과는 완전 패소다. 3조 원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는 두산 입장에서 1조 원이란 돈이 고스란히 외부로 빠져나가는 셈.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강수를 뒀음에도 형편이 그리 나아지지 않는 꼴이 된다. 두산중공업(034020)은 앞서 인프라코어의 경영권을 현대중공업지주(267250)-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주식 매매계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8,000억 원 중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두산중공업은 양해각서에 DICC 잔여지분 취득에 필요한 금액은 두산 측이 모두 부담하겠다는 내용의 특별면책 조항을 포함 시켰다. 구체적이 조건이나 방안 절차 등은 1월 말에 있을 본계약에서 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경우 배임 문제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승소하면 당장 급한 불은 끄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동반매도청구권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 FI 측은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곧바로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실사 작업 등을 거쳐 DICC 지분 100%를 제3자에게 매각하겠다는 것. DICC는 인프라코어의 주력 계열회사다. 쉽게 말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FI의 지분 20%를 되사와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과 맺은 인프라코어 주식 매매계약의 종결도 미뤄질 수 있다.

부분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부분승소할 경우 두산 측이 FI와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드래그앤콜' 분쟁 첫 판례... 향후 투자업계 '이정표'
금융투자 업계에서 이번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번 판결은 소수지분 투자자의 보호장치인 동반매도청구권 관련 분쟁의 첫 판례다. 통상 소수지분 투자자의 경우 일정 가격에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통해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2010년대 들어 풋옵션이 걸린 외부 투자금이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동반매도청구권과 우선매수권이 결합한 형태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 첫 판례인 만큼 이번 판결이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셈이다.

PEF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반매도청구권과 우선매수권이 결합한 형태인 ‘드래그앤콜(Drag & Call)’은 대주주와 소수지분 투자자의 균형을 맞춘 투자기법”이라며 “대주주가 실사에 협조하지 않아도 책임이 없다는 판례가 정립되면 동반매도청구권이 투자 한 방법으로 활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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